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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는 몽환의 애니메이션 - 필립 K. 딕의 자전적 이야기 스캐너 다클리

by kaonic 2007.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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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스캐너 다클리>는 필립 K. 딕이 자신의 마약 중독 경험을 바탕으로 1977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을 <비포 선셋>의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필립 K. 딕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페이첵> <임포스터> 등의 원작자로 유명하다.

그는 유명세에 비해 꽤 많은 시간을 불안정한 상태로 보내게 되는데, 1960년대는 생활을 위해 하루 60쪽씩 글을 쓰느라 계속 복용하던 각성제 때문에 심각한 신경쇠약에 걸린다.

나날이 딕의 문학적 성과는 더욱 빛을 발하여 이후 국내에도 출간된 바 있는 <높은 성의 사나이>로 휴고상을 탄다. 하지만 그의 각성제 중독은 더욱 심각해졌고, 결국 그는 마약 중독자의 길을 걷는다.

게다가 1971년 캘리포니아 그의 집이 CIA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습격을 받자, 안전에 대한 편집증에 시달리게 된다. 계속되는 협박전화에도 시달린 딕은 1973년에는 캐나다로 피신을 하고,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과 뱅쿠버 SF컨벤션에서 '인조인간과 인류'라는 강의를 한다.

이 때에 와서야 그는 불안정한 시기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되는데, 그의 유일한 자전적 소설 <스캐너 다클리>에서 정신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불안정했던 마약 중독 시기의 경험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에는 번역 출간되지 못한 작품이다.

1982년 필립 K. 딕이 사망한 뒤 미국에서는 페이퍼백으로 출간된 과학소설을 대상으로 매년 수여되는 '필립 K. 딕 기념상'이 제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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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혹은 마약딜러... 마약으로 갈라진 자아


영화 <스캐너 다클리>는 실사로 영화를 촬영한 뒤 덧그림을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 로토스코핑 기법을 활용한 영화. 프레임 단위로 애니메이션 장면을 덧그려 작품 특유의 몽환적이며 현실적인 분위기를 표현해 냈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이전에도 <웨이킹 라이프>에서 동일한 제작기법으로 전미 비평가 협회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기법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이중적인 느낌이 들게 하는데 <스캐너 다클리>에 이르러서는 보다 세밀하고 정교해져 배우의 표정이나 동작이 보다 잘 살아난다.

영화 출연진도 눈길을 끈다. 키아누 리브스, 위노나 라이더, 우디 해럴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이 연기대결을 펼친다. 배우들의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극장개봉을 생략하고 DVD로 바로 발매된 것이 아쉽다.

영화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의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애너하임.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 7년이 지난 시점이다.

위장을 위해 외모와 의상을 시시각각으로 변화시키는 '스크램블' 옷을 입은 언더커버 경찰 프레드는 임무를 수행하다가 '서브스텐스 D'라는 약물에 중독된다. 이 약물은 복용 시에 자아의 영혼과 인성을 변화시키며, 뇌세포를 파괴하는 치명적인 증상을 가졌다.

프레드는 약물 중독으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평소에는 첩보요원 프레드지만 서브스텐스 D를 복용하면 악명 높은 마약딜러 밥이 되는 것이다.

동료들과 함께 밥의 체포 작전을 계획하게 된 프레드는 자신의 이중적인 모습을 알게 된 후에 엄청난 정신적 혼란을 겪게 된다. 과연 프레드를 그렇게 몰아간 진실은 무엇일까.

필립 K. 딕의 자전적 이야기를 녹여낸 이 영화에서 링클레이터 감독은 특유의 애니메이션 기술 및 각본, 연출과 함께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과장이나 허세 없이 담담하게 바라보며 몽환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현실세계와 마약중독자들이 우글대는 암울한 세계가 서서히 겹치면서 그 경계선이 흐릿해지고, 미래를 통해 현재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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