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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가라앉는 모든 것

by kaonic 2007. 4. 5.
"일주일에 하나 정도는 써야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에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다짐한지 두달 째,

오히려 이전 보다 글을 쓰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딱히 무얼 써야 할까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 라기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게 지내기 때문이리라. 꿈에서 다른 세상을 쓰고, 현실에서 다른 세상을 쓰고 남는 것은 허무함이랄까. 어째 이상한 표현이 되어버렸지만, 아무튼 그렇다.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와 함께, 벽을 타고 들어오는 물기와 함께 그렇게 멍한 장마가 지도에 존재하는 곳에서 숫자로 존재하는 사람들에게 어느 해보다 더 심한 상처를 안겨주고 이제 할 일은 끝났다는 듯 서서히 물러가기 시작 했다. 하늘은 여전히 흐리지만 비는 그쳤고, 나름 한 여름의 냄새가 조금씩 풍기기 시작하고 있으니, 곧 뜨거운 태양과 함께 반라의 수영복이 물 위를 장식하리라. 그럼에도 이전에 느끼던 한 여름의 흥분은 야반도주한 듯 흔적조차 없다.

미키마우스는 물 위에 누워 조그마한 조약돌로 커다란 조개를 까고, 에비츄는 춤을 추며 노래한다. 족제비씨는 도끼를 휘두르며 숲 속에 숨어 있던 스크레치를 쫓고 있다. 깨진 조개 속에는 뻘이 가득하고, 춤추던 발은 부러진다. 도끼는 스크레치의 목을 치려다 족제비씨의 꼬리를 잘라버렸다. 하루가 흘러가듯 구름이 꾸물대며 스쳐가고, 바람은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듯 정지해 있다. 마치 어둠 속에서 가리산지리산 헤메고 있는 것 같다. 그 모습이 어찌나 가년스러운지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이 온 몸을 휘감는다.

억지로 움직이는 손가락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제 스스로 헛소리를 찍어대고 있다. 결국 셰익스피어의 원숭이 부대에서 실패한 원고를 찍어내 듯 공허한 문장이 제갈길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져 쌓여가기 시작한다. 결국 미키는 손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썩어버린 조개를 깨트리고, 흐릿한 뻘을 쏟아낸다. 결국 문장 위에 뻘이 쌓여가고 뒤섞여 늪을 만들고 모든 것이 침잠하기 시작했다. 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흐릿한 어둠이 다가와 소리마져 빨아들인다. 그리하여 존재하는 모든 것이 엉켜서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이룬다.

멀리서 키케로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잠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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