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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마음의 주인이 되라

by kaonic 2007. 4. 6.
내 마음을, 내 행동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오산이었다. 상처를 주는 것은 내 마음이고, 돌아오는 상처는 내 마음이 고스란히 받아내야만 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사람이 어디 알고 있다고 모든 것을 관장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오만에 찬 나는 내 스스로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왔다. 간혹 엇갈리는 화살은 고스란히 무시하며, 그렇게 자아만족에 빠져 무심하게 살아온 탓이었다. 그리고 종종 후회할 실수를 하곤 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과 다른 진심이 아닌 말들을 쏟아내는 것은 내 입인가, 내 머리인가 알 수 없지만, 화살을 내뱉으며 분명 생각하는 바와 다르다고 인식하면서도 한번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제어하기 힘들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상처를 주고 만다. 그리고 후회하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마음의 물결 속에서 올곧은 전체의 흐름을 잡지 못하고, 한 순간 끓어오르는 요동을 참지 못하고 휘몰리는 하나의 물결만 쫓아 그렇게 실수하고 자책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에도 없는 화살을 소중한 이에게 쏟아 붓고 이내 자책하며 허겁지겁 되돌리려 해보지만, 이미 머릿속은 자신의 행동에 충격을 받아 제대로 된 답을 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시간을 흘려보내거나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따름이다. 그럴 때면 몸서리쳐지는 자책감과 함께 금세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온 신경을 쏟아내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쉽사리 답을 낼 수도 혼자서 생각한다고 이미 입힌 상처를 완화시킬 수도 돌아오는 자괴감의 상처를 멈추게 할 수 없이 깊은 수렁을 파는 듯 가만히 누워 천장을 노려보며 줄곧 삽질을 해대다 보면 어느새 날이 밝아오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결론조차 나오지 않는 맴도는 생각에 잠을 못 잔 탓인지 생각은 정리되지 않고, 나서서 무얼 해야겠다는 용기조차 온데간데없이 주눅 들고 지쳐서 그날의 해야 할 일조차 제대로 처리 못하게 되고 나면, 결국 빙빙 도는 세상과 함께 절망감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상처를 준 일은 결국 고스란히 내게 돌아와 나를 함락시키고, 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 무릎 꿇고 흐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마음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쉽사리 잔물결에 휩쓸려 허둥대고 있는 꼴이 자신에게 창피스러워 더욱 고개를 들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출근길에 보험아줌마에게서 문자가 왔다. 가끔 보내주는 명언이 영업수단임을 알기에 귀찮아질 때도 있지만 가끔은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해주어 고마울 때도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라 -

전철을 갈아타는 와중에 본 문자에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으로 한동안 걸음을 뗄 수 없었다. 찬찬히 생각해보니 법정스님의 에세이집에서 본 내용이 아닌가. 내용이 하나하나. 떠오르면서 더더욱 절망적인 심정이 되어갔다. 그럼에도 교훈삼아 다시는 이러한 실수는 저지르지 않으리라 다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으니 이 번 만큼은 뼈에 사무치게 가슴에 와 닿았다. 엎질러진 물 다시 주워 담지는 못하겠지만 용기를 내어, 상처를 봉합하는 시도는 해야 할 것 같다.


마음의 주인이 되라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드는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이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 용서란 타인에게 베푸는 자비심이라기보다 흐트러지려는 나를 나 자신이 거두어 들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우리들이 화를 내고 속상해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외부의 자극에서라기보다 마음을 걷잡을 수 없는 데에 그 까닭이 있을 것이다. 정말 우리 마음이란 미묘하기 짝이 없다.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 들이다가 한 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여유조차 없다. 그러한 마음을 돌이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라고 옛 사람들은 말한 것이다.

법정스님 에세이집《무소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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