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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것들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발레 스파르타쿠스

by kaonic 2007.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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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힘 있는 안무로 가득 채워져 있는 발레 <스파르타쿠스>. 국립발레단과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발레단의 합동공연으로, 노보시비르스크발레단의 주역무용수 및 남성무용수들이 대거 내한해 웅장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이 공연은 2001년에도 이루어 졌었는데, 이번 2007년의 공연에서는 당시보다 더욱 많은 무용수가 등장해 무대를 가득 채웁니다. 남성무용수 70여명이 펼치는 군무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공연은 4월 20일부터 4월 25일까지 비교적 짧은 기간동안 이루어지므로 만약 보고 싶다면 서둘러야 할 겁니다. 저는 여친님과 20일에 보고 왔습니다. 사실 발레 공연은 TV에서 방송해주는 것을 본 것이 전부인지라, 그다지 기대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처음 군무가 이뤄지는 동안에는 내심 남성들의 힘 있는 군무라는 말에 군대식의 딱딱 맞아떨어지는 모든 호흡이 하나로 이루어져 모든 동작이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지는 군무를 기대했으나 웬걸, 모두가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는 발레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팔을 단호하게 뻗는 반면, 어떤 이는 부드럽게 뻗기도 합니다. 어떤이는 우아하게 점프하고 발을 뻗는 반면, 어떤이는 그야말로 힘있는 점프를 보여줍니다. 모두가 다른 각자의 캐릭터를 구현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쉬는 시간이 되서 잠시 밖을 돌아다니며, 일사분란한 군무는 어디간거냐고 툴툴대기도 했지요.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건 발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사분란한 군무를 췄다면 오히려 감정이 다가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연을 보고 꽤 깊은 감동과 흥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힘있는 발레란. 정말이지 직접 보지 않고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무언가가 있습니다.

기원전 73년 로마제국에서 노예는 하나의 신분이라기 보다는 재산으로 여겨졌습니다. 주인이 마음대로 노예에게 체벌을 가할 수 있으며, 생살여탈권까지 쥐고 있습니다. 때문에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경기장에서 맹수들의 먹이로 던져지거나, 기름을 붓고 산채로 불태우기도 했습니다.

콘스탄티누스가 노예를 죽이는 행위를 살인죄로 규정하고 가혹행위를 금지하려 했으나, 그다지 잘 지켜지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당시 수백명의 검투노예를 거닐고 있던 렌툴루스 바티아테스에게 소유되어 있던 우리의 주인공 스파르타쿠스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다른 노예들과 함께 반란세력을 조직합니다.

반란의 목적은 무척 단순했습니다. 뭔가 거창해 보이리라 생각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요. 로마제국을 전복시키려거나, 로마제국을 점령해서 복수한다던가 하는 원대한 야망은 찾아볼 수 없이 다만, 각자의 고국으로 돌아가 자유로운 신분을 회복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얼마나 단순무구한 반란세력이란 말입니까.

스파르타쿠스의 난은 로마 정규군과의 대결로 약 3년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스파르타쿠스의 무장조직은 수 적으로 열세함에도 불구하고 로마를 공포에 떨게하는 대단한 힘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크랏수스와 폼페이우스 군대에 의해 궤멸되고 맙니다. 이 사건 이후로 결국 스파르타쿠스와 함께했던 이들은 모두 죽임을 당했지만, 스파르타쿠스의 저항정신이 로마의 지배세력에 영향을 끼쳐 노예에 대한 보상 및 처우가 개선되는 효과를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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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스파르타쿠스>에서는 반란을 일으킨 스파르타쿠스가 크랏수스를 붙잡기도 하지만, 그의 넓은 아량으로 살려주고 맙니다. 이후 크랏수스는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되고, 예기나를 이용해 스파르타쿠스의 조직을 혼란시킵니다. 결국 내분이 일어나 혼란한 와중의 스파르타쿠스 무장세력은 크랏수스와 폼페이우스 군대에 의해 궤멸되고, 스파르타쿠스는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20일의 공연에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노장 발레리노인 이원국이 스파르타쿠스를 맡았으며, 2006년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여성무용수상을 수상한 우리나라 최고의 발레스타 김주원이 스파르타쿠스의 아내인 프리기아 역을 맡았습니다. 또한 노보시비르스크 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 나탈리아 예소바가 예기나로서 요염한 모습을 보여주고, 에프게니 그라체코가 크랏수스로 출연했습니다. 한 마디로 한국과 러시아 발레 계의 스타 총 출동입니다.

공연 첫날이라서 그런지 공연이 끝나고, 박인자 예술감독을 비롯,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 지휘자 페트로 벨야킨 등이 출연진들과 함께 무대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발레리나를 꿈꾸는 아이들이 단 30초 동안 무대에 올라와 꽃을 주기 위해 예쁘게 꽃단장하고 잠시 등장했습니다. 웬지 아이들이 살짝 불쌍했달까요. 늦은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꽃을 주기위해 옷도 차려입었어야 했고, 화장까지 해야 했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이번 공연은 놀랍도록 힘있는 박진감 넘치는 무대였습니다. 발레에 문외한인 제가 봐도 와닿는 것이 있을 정도로 직설적인 이야기의 표현과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군무가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무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