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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시간여행의 순환적 고리 - All you Zombies

by kaonic 2007. 5. 8.
로버트 하인라인 Robert A. Heinlein - All you Zombies(1959)

1945년, 어린 여자아이 제인은 클리브랜드의 한 고아원에 맡겨진다. 그녀는 부모도 모른 채  외로움과 낙담 속에서 자라나게 된다. 1963년 어느 날, 그녀는 한 낯선 청년에게 마음이 끌려 사랑에 빠진다. 암울했던 세상이 그의 존재로 서서히 밝아오는 듯 했다. 그녀의 상황이 점점 호전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곧이어 재난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그녀가 청년과의 사랑으로 임신하게 되자, 그 청년은 홀연히 사라져 버리고 만다. 혼자서 아기를 낳기로 결심한 후 힘든 분만 중에 의사는 그녀가 두 개의 성기를 갖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은채, 멋대로 외과 수술을 통해 '그녀'를 '그'로 바꾸어 놓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웬 낮선 사람이 그녀의 아기를 분만실에서 납치해 가버린다.

사랑하는 이로부터 거부당하고 운명에 의해 저주받은 재난으로 남자가 된 제인. 그는 결국 떠돌이 술주정꾼이 되고 만다. 제인은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암울한 유년기를 보냈으며, 가까스로 만난 운명과 같은 사랑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성 정체성까지 바뀌어 버렸으며, 하나 밖에 없는 아이 마저 잃은 것이다. 제 정신으로 지내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몇 년 후인 1970년, 그는 '팝스 플레이스(Pop's Place)'라는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그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나이 든 바텐더에게 털어놓는다. 동정심 많은 바텐더는 떠돌이가 된 제인에게 '시간여행 단체'에 가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그녀를 임신시키고 버린 그 이방인 남자에게 복수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함께 1963년으로 간다. 바텐더는 제인을 1963년에 두고 떠난다. 그런데 제인은 이상하게도 한 젊은 고아 출신 여인에게 끌리게 되고, 그 여인은 결국 임신을 하게 된다.

제인과 헤어졌던 바텐더는 9개월 이후로 가서 병원에서 여자아이를 납치하고 1945년으로 가서 한 고아원에 아기를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 그 바텐더는 떠돌이를 시간여행 단체에 등록시키기 위해 1985년에 데려다 놓는다. 결국 그 떠돌이는 이후의 시간대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되고, 시간여행 단체에서 존경받는 원로회원이 된다.

이제 그에게는 자신이 바텐더로 위장해서 자신의 삶을 조정하는 일이 남았을 뿐이다. 그리고, 1970년의 '팝스 플레이스'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스물다섯 살의 젊은이가 바에 앉아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고 있다. 그는 이상하게도 자신을 '미혼모'라고 소개한다. 그는 바텐더에게 자기 이야기를 한다.

그의 인생은 고달팠다. 그는 여자애로 태어나서 고아원에서 자랐다. 젊어서 그녀는 낯선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 아이가 생기자 그는 그녀를 버리고 떠났다. 그녀는 아기를 낳기로 마음먹었다. 출산 때 제왕절개로 딸이 태어났다. 수술 도중 의사는 그녀의 몸 안에 남성 기관이 숨어 있음을 발견했다. 의사는 그녀의 동의도 없이 몇 가지 성형 수술을 통해 그녀를 남자로 남들어 버렸다. 이것이 바로 그가 자신을 '미혼모'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곧이어 누군가가 아기를 납치해 갔다. 사랑하는 이와 아이를 모두 잃은 그는 절망하고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다.

젊은이의 이야기를 듣던 바텐더는 고아원의 원장이 페더브리지 부인이 아닌가. 어릴 때 당신의 이름은 제인이고. 당신은 이런 이야기를 전에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바텐더는 미혼모라 자처하는 젊은이에게 자신을 임신시키고 떠나버린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냐고 묻는다. 그가 그렇다고 하자, 바텐더는 젊은이를 술집 뒤에 있는 타임머신으로 안내한다. 7년 9개월 전으로 간 후, 바텐더는 그를 내려 준다. 그런 다음, 바텐더는 9개월 후로 가서 제인이 낳은 아기를 유괴한다. 그리고 아기를 18년 전의 과거로 데리고 가서 고아원 입구에 내려놓는다. 그 후 바텐더는 제인이란 여성을 임신시킨 떠돌이 젊은이에게로 돌아가서는 그를 미래로 데려가 바텐더 기술을 배우게 한다.

마지막에 바텐더는 모든 사건을 돌이켜 보고는 자신의 제왕절개 수술 흉터를 내려다본다. 미래에서 등장한 제인은 과거의 제인을 이루는 원인인 동시에 결과인 셈이다.

이상은 로버트 하인라인의 단편소설 All you zombies의 줄거리를 검색을 통해 여기저기 퍼져 있던 정보를 바탕으로 주로 WiKi의 설명을 참조해 재구성하며 멋대로 작성한 글이다. 한 마디로 억측과 스포일러 덩어리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이 오묘한 순환적 비극은 시간여행의 역설을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해서 그럴듯한 하나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순환구조로 인해 인과율의 모순을 자연스럽게 엮어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제인에게 있어 순환적 삶은 있지만, 제인을 생성하는 뿌리가 없다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음은 어찌할 수 없다. 그리하여 제인은 오직 홀로 시간을 순환하며 존재하는 신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재밋는 비극이란 말인가. 아아. 읽고 싶다. 줄거리를 모두 알고 있음에도 읽고 싶다는 욕구는 줄어들지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