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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다.

by kaonic 2007.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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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열흘 간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앞으로도 정신 없을 열흘 간이 계속될 예정인 오늘. 뒤돌아보면 어떻게 몇 일을 보낸 것인지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단순함으로 가득찬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동안 맑은 날도, 흐린 날도, 석가탄신일 연등행사도, 그녀와의 기념일도, 비오는 날도 지나가고, 오늘은 활짝 개인, 바야흐로 여름으로 접어드는 느낌의 푸른 하루가 계속 됐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나가본 양재천에는 많은 이들이 서성이고 있었으며, 분명 시민의 숲도 마찬가지리라. 어쨌든, 평소에는 날이 아무리 좋아도 잘 나다니지도 않다가 이렇게 묶여서 밖을 다닐 수 없는 상황에서 날이 좋다는 것은 고문에 가깝다. 온 몸의 근육이 밖을 싸돌아다녀 달라고 움찔거리며, 뒷통수에는 서늘함 마져 느껴진다.

이런 날 맑은 햇살아래 한적한 그늘가에 앉아 시원한 캔맥주 한 잔 마시며, 책이라도 읽고 앉아있으면 천국이겠거니 하는 생각만 빙빙 돌다가 해가 서서히 저물어가면서 가라앉고 있다. 건물 현관 앞으로 나가 온 몸을 감싸는 바람을 안고, 어스름이 다가오기 시작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 한 대 피우면, 연기가 바람에 흐트러져 들이마셨는지 내쉬었는지 알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하염없이 길을 걷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기어오른다.

하루종일 정신없다가 잠시 숨쉬는 시간을 찾은 오늘, 그런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