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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식탐/여행을 가다

화창한 봄날의 낙산공원

by kaonic 2007. 6. 7.
지난 봄날 화창하던 토요일 오후의 낙산공원은 어찌나 날이 좋던지, 하늘은 높고, 푸른 나뭇잎과 다양한 색상의 봄 꽃들이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날이 워낙 좋아서 낮게 깔린 스모그도 적어 멀리까지 아주 잘 보였다. 덕분에 평소의 스모그 혹은 황사 가득하던 나날의 답답함은 확~ 날려버리고, 탁 트인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짧은 거리지만, 잠깐 걷는 것 만으로도 확 달라지는 풍경에 여행하는 느낌도 난다.

물론 햇살은 좀 강했지만, 뭐 어떤가. 이렇게도 상쾌한 것을. 대학로에서의 데이트 코스로 안성 맞춤. 조금만 걸어가도 되고, 물론 언덕길이지만 그리 가파르지도, 그리 멀지도 않은지라 슥슥 땀 한 번 살짝 흘려주면, 상쾌한 공원이 반갑게 맞아주니 어찌 아니 좋을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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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영업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래된 이발관은 어린 시절이 살짝 생각나기도 하고, 비누거품 퍽퍽~쓱쓱~내서, 얼굴의 잔털을 밀어주던 오싹개운한 느낌도 생각난다. 머리를 감겨줄 때는 어찌나 박박 문대는지, 시원하다못해, 머릿속의 때가 말끔히 벗겨지는 것 같은 느낌. 샴푸가 아닌 비누로 감겨주는지라, 뽀독뽀독해진 머리카락. 다이알 비누의 냄새. 강한 드라이어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머리카락 타는 냄새. 살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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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으로 향해서 언덕을 올라가다보면, "낙산가는 길"이라는 자그마한 커피 전문점이 있다. 문제는 지나가면서 항상 의식하지만, 한 번도 여기서 커피를 사 마신 적이 없다는 거. 언젠가는 마셔볼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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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은 꽤 많은 디자인 요소가 보이는데, 경찰서도 예외없이 뭔가로 꾸며져 있다. 하지만, 웬지 모르게 살짝 천박해 보인다. 기존의 요소들을 배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조해서 덧씌운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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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이름에 굉장히 약한지라, 라일락이 아닐까 예상은 하지만,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봄 꽃. (누군가 댓글로 알려주면, 바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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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전봇대 위에 혹은 담벼락에 장식되어있는 디자인 요소. 낙산공원 오르는 길 곳곳에는 이런 간판이나 벽 장식이 자주 눈에 띈다. 어울리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달팽이 그림은 꽤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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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출사의 행태로 변신한 우리 커플. 사진만 줄창 찍어댄다. 사실 그녀보다 나 자신이 풍경담기에 빠져버린 것이겠지만, 어쨌든 내가 사진을 찍는 모습은 없으니 증거가 없으므로 그냥 같이 출사모드 변신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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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 중간에서 잠시 휴식. 멀리 산도 보이고, 아파트도 보이고, 주택도 보이고, 전신주도 보이고, 전선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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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계단을 오르고, 힘차게 나아가는 그녀. 정말 힘차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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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전에 우리가 올라온 계단에 앉아 놀던 어린이들. 노란 후드티를 입은 여자아이가 가로줄무늬 티를 입은 남자아이를 협박하던 광경. 남자아이는 잔뜩 쫄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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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에는 곳곳에 꽃이 피어서 화사한 느낌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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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계단을 오른다. 계단 참 많지. 그러나 북한산의 중턱에 있는 계단에 비하면 새발의 피요. 만만의 콩떡일 뿐이다. 이곳의 계단은 숨 한 번 크게 들이쉬면, 금새 오른다. 쫄지말고 그녀와 혹은 그와 함께 놀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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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에 올라가면 볼 수 있는 풍경, 대학로 거리가 한 눈에 보이고, 저 멀리 남산타워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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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진달래던가. 봄날 낙산공원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이다. (역시나 꽃이름은 확신할 수 없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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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뒤로 돌아가면, 민가(?)가 나오는데 그 집에서 키우는 멍멍이. 어찌된 일인지 갈 때마다 졸고 있다. 이녀석 말고, 몸이 더 누런색을 띈 누렁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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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의 뒷골목. 화려하게 꾸며진 낙산공원과 굉장히 비교된다. 이에 따라 웬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공원에 바로 접해있는 이 곳에 살면 좋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들지만... 아무튼 복잡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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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에서 바라본 성벽.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도 있고, 유유자적 산책하는 비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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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적휘적 거닐다가 내려오는 길에 만난 귀여운 커플.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같은 계단에서 멈추면 뽀뽀 한번 쪼옥~~ 우리 커플이 뒤늦게 계단에 진입해 그들을 지나치고 한 참 멀어졌음에도, 그들은 아직 계단 중간 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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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 입구에는 왼쪽사진의 안내판이 서 있다. 강아지 응가 표현을 적나라하게 해 놓았달까. 오른쪽 사진을 보면, 길가에 주차금지 안내판이 서 있다. 그림이 다들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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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게 앞에 놓인 생수통. 어떤 용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예쁘게 칠해 놓고 햇볕에 말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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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 길의 곳곳에는 이처럼 벽화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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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들리고픈 도자기 공방. 곰이래 곰. 꺄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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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찍은 사진들. 사실 다 내려와서 찍은 대학로 뒷골목의 사진들이다.

화창하게 개인 날, 데이트 코스로 돌아보기 좋달까. 혜화역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고, 금새 찾아갈 수 있으니 칙칙하게 사람들 바글바글한 길거리에서 시간 보내지 말고, 폼 잡는다고 별다방에 앉아서 시간 죽이지 말고, 공원에 올라가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밤에는 소주 일 병과 간단한 안주거리 하나 집어들고 올라가 성벽 위에 앉아 야경을 바라보면서 두런두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볍게 한 잔 하는 것도 좋다. 단, 뒷처리는 깨끗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