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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습작

세 마리 눈 먼 쥐 - 1

by kaonic 2007. 6. 8.
- 언제 끝날지, 언제 이어질지 모를 엉뚱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세 마리 눈 먼 쥐가
어떻게 뛰어가는지 보세요.
쥐들은 농부 마누라의 뒤를 따라 갔는데,
그녀는 칼로 그 쥐꼬리를 잘랐답니다.
그런 장면 지금껏 본 적이 있나요?
세 마리 쥐가 당한 일같은 거요.

30초 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 서로를 갈구하며 키스가 하고 싶어진다는 낭설이 떠돌고 있을 때, 거기에 대한 쓸데없는 토론이 네트에 퍼져서 뜬금없이 "세 마리의 눈 먼 쥐"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을 즈음,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그는 무심하게 담배를 피우며 방 구석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화초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식민지 사업이 한창중인 요즘 떠들썩한 화성여행 붐에 휘말려 얼마전 사귀던 여성과 함께 화성에 다녀오면서 구해온 것이였다. 그 화초에는 이미 멸종되어버린 식물의 이름인 "맨드레이크"라는 이름이 부여됐다. 화성의 척박한 토지에서 잘 자라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된 식물이였는데, 어울리지 않게 아무렇게나 씨를 뿌리면 절대로 싹이 나오지 않는다. 처음 싹이 나오고 새 잎이 돋는 3주간의 기간동안 동양난보다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썩어버리거나, 싹이 나오다가도 금새 죽어버리고 만다. 이 기간이 지나고 나면 더 이상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보살펴주려 했다간 오히려 죽어버리고 마는 이상한 녀석이다. 싹이 돋고 자리를 잡을 즈음엔 화성의 대지에 옮겨심어지고, 방치되어진다. 어찌되었든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 식물을 신기해 하며, 여행지에서 돌아오며 하나씩 구입해서 돌아왔다. 마치 화성여행의 기념품인 것 처럼. 더우기 신기한 것은 3주간의 보살핌이 필요한 기간에 하나의 혹이 생기는데 이 혹의 크기가 이 식물의 수명을 좌우하는 것이다. 이는 유전학자들이 의도하지 못한 결과였던 것이다. 하지만 과학의 역사상 의도하지 못한 결과들이 플러스 작용을 이룬것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해보면 신기하지도 않은 일이다. 이 식물은 적은 양의 빛에도 맹렬히 광합성 반응을 일으킨다. 화성 전역에 심어진 맨드레이크의 영향으로 화성의 약한 대기에 약간의 푸른 빛이 돌기 시작했다. 그 식물을 바라보면 어쩐지 산소과다증상이 생각나 언제나 가벼운 현기증이 났다. 그와 더불어 대기 위에서 빛나던 화성 오로라의 하늘거리는 약한 빛이 생각나 어지러움을 더했다. 대기 위에 오존층을 대신해 우주선과 자외선의 차단을 위해 뿌려진 나노머신 입자들이 산란하면서 만들어내는 화성 오로라는 이미 화성의 절대적인 관광자원으로 자리잡았다.

통신포트에서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벽에는 포트에서 내뿜는 파란 빛의 가닥이 아로새겨져 메시지의 도착을 알리는 문구를 그려대기 시작했다. 곧이어 포트가 열리고, 아이콘이 벽에 그려졌다.

"똑똑~ 계세요?"

가난한 고양이의 모습이 벽면에 투사되기 시작하며,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녀와의 화성여행은 어땠나요? 다녀와서 선물은 못 줘도 인사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기분좋은 목소리가 공기를 온통 진동시켰지만, 칙칙한 느낌의 공간에 별 영향도 주지못하고 공허하게 사라져갔다. 창 밖에 지나다니는 에어모빌의 빛과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다 멀어져간다. 멀리서 사이렌 울리는 소리가 힘없이 흐트러져간다.

"그저 그랬어. 별 볼일 없는 화성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아가는 이유를 모르겠더군. 대기가 아직 너무 희박해서 보호 슈트를 입고 돌아다녀야 했는데, 화장실 갈 때 죽을 맛이더군."

"언제나 무심하고 투덜거리는 말투로군요. 뭐 상관없지만. 장기휴가도 끝나가는데 같이 한잔 할까 해서 연락했어요. 두달이나 쉬다니 너무 무료하다구요. 여행을 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다가 무엇보다도 유급휴가도 아닌 회사 사정에 의한 무급휴가라니 돈도 문제고, 근 한달을 집안에서 굴러다녔더니 심심해 죽겠다구요. 유일하게 알고 지내는 댁마저 감감 무소식이라니. 친구생각 좀 해달라구요. 어때요? 그녀와 함께 나와요. 내가 한 턱 쏠테니. 전해줄 것도 있고..."

"그럴까... 아. 그녀와는 헤어지게 되었어."

"벌써요? 이번엔 오래간다 싶더니. 음... 장가갈 때도 됐잖아요?"

"그런가? 어디로 나갈까?"

"P스테이션에 붙어있는 플라자 알죠? 거기 중앙 광장 분수대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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