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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블로그의 세계를 알고 있지만, 자괴감이 드는 건 어찌 할 수 없다.

by kaonic 2007. 6. 11.
언젠가 대충 쓴 글이 각종 메타 사이트의 상위에 랭크되어 방문객이 엄청나게 증가한 적이 있다. 내가 쓴 글. 내가 찍은 사진을 많은 사람들이 둘러보겠거니 싶어 기뻤다. 이왕 들어온 것 다른 글들도 좀 둘러보고 가지 않겠는가 싶어서 더욱 기뻤다. 그 글은 단지 시간의 흐름에 맞는 이슈에 부합되었을 뿐인 글이었다. 잘 써놓은 것도, 제대로 신경써서 심혈을 기울인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으쓱한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덕분에 블로그를 둘러보고 그동안 써둔 것들과 찍어둔 사진들을 다른 이가 보아주고, 반응해 줄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쌓여있는 글은 서류 더미에 깔려서 끄집어내기 힘든 중간에 위치한 서류와도 같았다. 이러한 사실은 다음에서 제공하는 웹인사이드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방문자가 최고조에 오른 날. 사람들은 그저 이슈가 궁금해서 들어온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질만한 분석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수천명의 방문자 중 90%이상의 방문자가 30초 이내에 사이트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그저 이슈가 보이니 클릭했을 뿐이라는 답이 나온다. 방문자별 페이지 이동 횟수는 95%이상이 1페이지에 그쳤다. 어떤 경로인지 예상해보면 한참 떠들썩한 이슈다. 메타사이트의 상위에 랭크된 부분을 살펴본다. 눈에 띈다. 클릭한다. 자극적이지 못하다. 빠져나간다. 의 수순을 그대로 밟았으리라 예상된다.

그럼에도 자신이 다른이의 블로그에가서 이리저리 뒤져보고 반응하는 착한 사람은 아니다. 사실 글을 쓰는 시간은 업무시간에 짬을 내서 틈틈이 조금씩 작성하는 것이므로, 블로그의 세계를 둘러볼 여유는 그다지 없다. 집에 가면 씻고 잠자기 바쁘다. 그럼에도 블로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름대로 찾아간 블로그에서는 확실히 반응하고 댓글도 남기고, 트랙백이 걸려오면 반드시 찾아가 리액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또 다시 어느 시기, 정신을 집중해서 자료조사까지 철저히 한 후 심혈을 기울여 글을 썼다. 이정도면, 지금의 이슈는 아니지만, 그래도 읽어줄 사람, 공감할 사람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야심차게 올렸지만, 별로 반응이 없다. 댓글조차 하나도 달리지 않는다. 가볍게 대충 이슈를 따라가면, 사람들은 반응한다. 그러나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 놓으면 아무런 반응이 없다. 현재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이야기에서 벗어나면 도통 반응도 없고, 방문객도 없다. 이제서야 그런걸 알았냐? 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아니다. 라고 대답하겠지만, 눈 앞에 보이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나타나는 결과로써 느끼는 것과 다른 이들의 포스팅과 메타 사이트의 흐름을 바라보며 느끼는 것은 다르다. 이는 그것이 현실로써 모습을 갖추느냐. 아니냐의 문제인 것이다.

요컨대 블로그를 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고, 자신의 글과 사진을 될 수 있는 한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슈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함으로써 많은 방문자를 보장해 준다. 일전에 펌로그에 대한 글에서 이야기 한 것은 이런 자괴감의 발로이다. 이슈를 따라 퍼나르는 블로그는 많은 방문자가 발생한다. 사실 부러운 것이다. 많은 이들이 찾아와 주니 얼마나 좋은가? 그것의 목적이 자신의 글과 사진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단지 이슈를 끌어모아 트래픽을 증가시켜 광고수익을 올리려고 하는 것일지라도, 부러운 건 부러운 것이다.

나는 어떻게든 방문자를 늘리고 싶고, 구독자를 늘리고 싶다. 내가 쓴 글을 더욱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싶으며, 내가 찍은 사진을 더욱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욱 많은 이들에게 퍼트리고 싶다. 이러한 목적과 함께 덤으로 솔직하게 말해서 에드센스나 에드클릭스의 수익이 늘어나면 좋겠다. 내 글과 사진을 보여주고, 덤으로 쓸만한 수익이 일어나 맛있는 음식이라도 한 번 더 사먹고, 보다 열심히 내 글을 내 사진을 여러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것 봐라. 결국 너도 돈 때문이지 않느냐?라고 말한다면, 반대할 생각은 없다. 사람이란 간사하고 욕심이 많은 동물인지라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조금이라도 더 이익이 있는 쪽으로 가게 마련이다. 나 또한 그렇다. 이왕이면, 내가 하고 싶은 취미생활을 하면서 약간의 돈이 생긴다면 거부할 의사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의 글과 사진을 배제하지 못하고, 이슈를 따라가지 않는 것은 쥐꼬리만한 자존심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