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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휴가중에 출근해서 일하는 신세라니...

by kaonic 2007. 8. 28.
이번주는 일년에 한 번 밖에 없는 일주일의 휴가기간이지만, 오늘은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다. 내일도 출근해야만 하는 상황. 급한 불을 끄기 위함인데, 해외로 여행이라도 갔으면 어쩌려고 급작스럽게 수정작업을 하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

혹여나 이런 일이 생길까봐 확인하고 또 확인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연락을 달라고 그렇게 다짐해 두었건만, 잊어버리고 급박해지니 연락해서 성질부리며 빨리 고쳐주지 않고 뭐하느냐고 따지는 심보는 대체 어디서 배워먹었단 말인가? 투덜투덜.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회사 사정 상 휴가중이니 휴가 끝나고 수정해 주겠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인지라. 그냥 나와서 좋게 좋게 이야기 나누고 수정 작업 중이다.

굴러다니는 일주일 중 하루가 이렇게 답답하게 흘러가고, 내일도 출근할 생각을 하니 다 때려치고 멍해지고 싶은 기분이 하늘을 찌르지만,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어쩔 수 없으니 우울하다.

어짜피 해야 할 일이니 투덜댄다고 해결되는 것도 없으니 묵묵히 일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머릿 속에서는 불평이 계속 맴돈다. 뇌가 두 개로 갈라질 것만 같다.

대기업이라든가,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중소기업에 다니면 이럴 일도 없을텐데, 모든 업무에 발가락 하나씩은 담그고 있으니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다니는 자신을 한탄해야 하나?

노조가 있고, 쉬고 있어도 대신 할 인원이 있어서 확실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그런 회사에 다니고 싶다. 개인의 중요성은 개뿔. 일의 자율도와 장악은 개뿔. 여럿이 함께 할 수 있고, 누군가 대신 할 수 있는 일이 하고 싶다. 책임의 분산을 이루고 싶단 말이다.

이런 환경 하에서는 긴 휴가를 갈 수도 없고, 애를 낳았다고 육아휴직(결혼도 안해놓고...)을 청할 수도 없으며, 이 한 몸 아파 주시면 일도 진행이 안 되니 무한책임 속에서 허우적 댈 따름이다.

신세한탄이라도 하면 기분이 좀 나아질 것 같았지만, 막상 한탄해보니 그저 그렇다. 오히려 챙피하기까지 하다. 머리를 가볍게 흔들어주고 기운내서 일이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