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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식탐/여행을 가다

역사 속 낭만으로, 나가사키 그라바 엔 (Glover Garden)

by kaonic 2007. 9. 14.
일본의 막부 말기, 쇄국시대에 유일하게 서양에 개방된 나가사키가 있다. 개국 후에는 나가사키, 가나가와, 하코다테, 효고, 니이가타 등 5개워 도시가 개항되었으며, 각 도시에는 외국인 거류지가 만들어졌다. 나가사키의 미나미야마테에 위치한 외국인 거류지는 나가사키의 항구가 바라보이는 전망좋은 곳으로 인접한 히가시야마테의 언덕과 더불어 서양 문화를 일본에 전달하는 허브의 역활과 함께 산업화 시대를 이끌며 번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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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차 세계대전이 벌어져 잦은 공습으로 수 많은 과거의 건축물이 무너졌지만, 미나미야마테에 위치한 토마스 브레이크 글로버(1838~1911), 윌리엄 올트(1840~1905), 프레드릭 링거(1840~1908) 등이 소유했던 저택은 무사히 살아남았다. 유럽을 동경하는 일본인들은 이 곳을 재개발하거나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유지 보수를 한 후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토마스 브레이크 글로버의 이름을 따 "그라바 엔 (Glover Garden)"이라는 명칭으로 작은 테마공원을 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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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과 꽃들로 둘러싸인 공원 내에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서양식 건물인 글로버 저택과 링거 저택 등 유서깊은 서양식 건물 9채가 들어서 있으며, 조경이 무척 아름답고, 나가사키 항을 바라보는 전망도 좋다. 한 마디로 가족들이나 연인들이 여유롭게 공원을 거닐며 즐기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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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나가사키 하면 서양의 문물을 최초로 받아들인 곳이기도 하니, 그라바엔의 역사적인 의미도 깊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당시 외국인 거류자들은 일본의 산업에 공헌하고, 제국주의의 발판이 되어준 이들이기에 일본으로써는 더욱 의미가 깊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바라보기엔 좀 씁쓸한 역사적 흐름이겠지만 말이다.

그럼 이제 그라바엔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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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바엔으로 향하는 길이다. 나가사키 카스테라를 비롯해 지역을 대표하는 다양한 기념품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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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단을 올라가면 매표소가 나온다. 공원주제에 입장료를 받는다. 사실 일본은 웬만한 곳은 입장료가 있으니 놀랄 일은 아니지만, 조금 비싼 것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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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에 사람들이 잔뜩. 사람들의 옷이 따뜻해보는 것은 그라바엔을 찾아갔을 때가 봄이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글판 안내서도 있으니 필히 챙겨들고 돌아다니자. 찾기 쉬운 곳에 비치되어 있으니 쉽게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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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지나면, 움직이는 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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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타본 움직이는 보도 중 제일 긴 것 같다. 일본엔 주요 시설에서 이동 거리가 길 경우 이렇게 움직이는 보도를 많이 설치해 놓았다. 암만 생각해도 "미래소년 코난"의 영향인 것 같다. 아님 말고, 국내에도 가끔 지하철에서 마주하기도하는 길. 온 시내에 이런 길이 쫙 깔려 있으면 편할 것 같기도 하지만, 운동부족은 어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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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입장해서 조금 걷다보면 미우라 다마키(三浦環 1884.2.22~1946.5.26)의 동상이 있다. 그녀는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주인공인 나비부인을 수차례에 걸쳐 열연하여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나비부인"은 존 루터 롱(Jhon Luther Long)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페라로써, 나가사키를 무대로 미국의 해군사관인 핑카튼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나비부인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글로버의 부인인 쓰루가 나비부인의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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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다마키가 가리키는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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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바엔에서 내려다보이는 나가사키항의 풍경이 멋지다. 외국인 거류지는 매우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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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구 미쓰비시 제2독 하우스로 그라바엔의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전망이 좋다. 1896년 미쓰비시 중공업 나가사키 조선소 제2독 쪽에 지어진 이 서양건물은 메이지 건축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당시에는 수리선 승무원의 휴식 및 숙박시설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나가사키와 그라바엔의 역사 및 내부를 소개하는 장소로 사용되어지고 있다. 비디오도 상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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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미쓰비시 제2독 하우스에서 그라바엔을 내려다보는 사이좋은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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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지 못하는 휴게실. 그저 바라만 봐야 했던 아늑해 보이는 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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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하우스 창 밖 풍경. 그라바엔에는 온통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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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으로 흘러들어오는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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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해 놓은 벽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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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올트 저택. 에도시대 말기에 아마쿠사 출신의 장인 고야마 히데노신이 손수 지은 윌리엄 올트의 저택. 일본의 중요 문화제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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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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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저택이나 이런 곳에서 살고 싶을 정도로 창 밖 풍경이 무척 좋았다. 다만, 편안해 보이는 응접실에 앉아서 경치를 구경하며 느긋하게 쉬어보지도 못하고, 구경만 해야 한다는 서운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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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글로버 저택. 위에서 내러다보면 지붕이 네잎 클로버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내려다 볼 수가 있어야 내려다보지않겠소. 에도시대 말기에 지어진 일본 최고의 서양식 목조건축으로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내부에는 글로버가 애용하던 지팡이나 낚시 도구 등 유품이 전시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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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못에는 동전이 잔뜩~! 소원을 비는 곳 같다.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그냥 퐁당 해서 동전을 싹~ 긁어오고 싶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소원이 담긴 동전 집어오면 안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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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식으로 꾸며진 정원이 무척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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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포인트-! 그라바엔에 가면 하트 모양의 돌을 찾아보자. 발견하면 소망하는 사랑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그라바엔 측에서 퍼트린 유언비어 덕분에 그라바엔을 돌아다니는 내내 다정하게 손잡고 고개를 숙이며 하트스톤을 찾아 헤메는 커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쉽게 발견되도록 조명까지 들어와 있지만, 그라바엔을 돌아다니는 내내 찾게 되는 건, 안내서를 제대로 안 들여다봐서 그럴지도...... 우리도 물론 그런 커플 중 하나. 그라바엔을 거의 다 돌고 출구쪽으로 다가가서야 발견했다. 다양한 모양의 돌담길 속에서 하트 모양의 돌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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