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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사진따위 하나도 없는 GMF 후기

by kaonic 2009. 10. 26.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줄여서 GMF. 올해로 세번째를 치뤄냈다. 본의아니게(?) 세번 전부 관람했다는 특이한 이력의 본인은 음악을 진지하게 듣지도 않고, 그냥저냥 대충 듣는 스타일. 가사따윈 외워본 적이 없으며, 제목조차 외워본 적이 없다. 심지어 좋아서 자주 듣는 음악의 제목이 뭔지, 작곡가가 누군지, 가수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도 있을 정도.

어쨌든 음악을 좋아한다. 잡다하게 듣는지라 딱히 이거다. 라는 건 없지만, 흐느끼는 것은 거의 안 듣는 편. 따라서 출연 팀의 라인업이 어쩌고 해도 잘 모른다. 몇몇 취향을 제외하곤 그저 듣기 좋으면 그만이다. 그런 의미에서 잔디에 앉아 하늘바라보며 라이브를 듣는 다는 건, 꽤 좋은 경험이다. 가수의 얼굴따위가 중요한게 아니다. 음악 그 자체가 중요한 셈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티켓을 구매한 것이고.

아니아니, 이런 소릴 하려고 한 게 아니다. 내 이야기를 원한게 아니잖아. 이건 GMF를 까는 글이다. 철저히 유린한다고 할 순 없지만, 어쨌든 까고 싶다. 펑펑.

올해의 GMF는 시작부터 안 좋았다. 예매를 확인하고 팔찌를 교환받는 입장에서 부터 틀어졌다. 무려 한시간이 넘는 줄을 선 끝에야 예매를 확인하고 팔찌를 받고 입장할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의 공연을 놓친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기다리다 빠진 힘은 어찌할 꺼냐고...... 덕분에 우리 커플 초큼 다투고 말았다. ㅠ.ㅠ

겨우겨우 들어선 공연장 안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첫날엔 작년보다 1.5배가 많아보였다. 둘째날엔 작년보다 2.5배가 더 많아보였다. 둘째날은 진짜 난민수용소를 방불케 했다. 바글바글... 뻔히 보이는 수용인원을 초과한 과도한 티켓팅이 거슬린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공연을 관람하다보니, 공연의 사운드도 이상하다. 걸핏하면 웅웅대는 하울링이 작렬했으며, 소리의 균형을 못 잡아 소리끼리 부딛혀 째지는 소리가 났다. 웅웅.. 끼잉.. 무슨 아마추어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흐트러지는 조율에 부딛히고, 깨지고, 흐트러져 귀에 거슬린다. 첫회에도 별 문제 없었으며, 두번째에선 꽤 사운드 균형이 잡혀있었는데, 세번째에 이르러서 완성의 경지가 되지 못할 망정, 첫회보다 못할 정도로 완전 깨져버린 사운드 어쩔껴.

근본적인 소리를 떠나서 관람 환경은 어떠했나?

러빙포레스트는 그 이름에 걸맞게 조근조근한 음악들로 채워져왔다. 인지도 면에서 중간급들이 채워지면서 적절한 인원이 모여 오손도손 공연을 구경해야만 했다. 그러나 올해의 공연자들은 웬지 락킹락킹하면서 락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박은 이지형이 나오는 어쩌구랑, 언니네 이발관. 이들의 인지도를 생각해보면, 그냥 답이 나온다. 가장 넓은 메인스테이지에 세워야 했다는 것을. 러빙포러스트에 이들이 들어서기 전부터 엄청난 줄이 늘어서야만 했고, 한시간 이상의 줄을 서야만 입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야 거의 한시간을 줄서고 겨우 공연 시작과 함께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으나, 그 이후에도 입장하지 못한 이들은 밖에서 쪼꼬만 LCD테레비를 바라봐야만 했다. 화장실에 갔다오려해도 허락받고 다녀오는 실정. 작년의 자유로운 드나듦이 그리웠다.

나만 이렇게 생각했냐? 하면 GMF게시판을 보면 대부분이 그랬던 것 같다. 처음 와서 분위기를 몰랐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별 탈없이 진행된 듯 하지만, 예전부터 관람하던 사람들은 온통 예전을 그리워하며 불만이 가득했다. 도대체 삼년동안 쌓인 노하우는 어디에 팔아먹은 걸까. 흐트러진 사운드, 미약하면서 제대로 구성해내지 못한 라인업과 공연 구성, 지나치게 많이 팔아먹은 티켓, 그럼에도 신경쓰지 못한 동선관리.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자봉들... 본분을 망각하고 같이 쳐달리면 어쩔꺼임?

라인업부터 시작해 말이 많았던 이번 GMF는 어쩌면 존망이 걸릴 정도의 위기를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과연 내년엔 어찌될 것인가? 만약 다시 보러가게 된다 해도, 최후의 최후까지 라인업을 잘 살피고 고심하다가 티켓을 구입하게 되지 않을까?

GMF 신용을 잃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