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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초현실의 하루

by kaonic 2011. 3. 16.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온통 지진과 방사능에 대한 걱정이다. 하루종일 반복되며 늘어가는 뉴스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지각이 이동하고, 방사능 오염에 대한 걱정과 루머가 떠도는 지금의 초현실 속에서 할 말을 찾기도 어렵다. 무어라 말을 쏟아내도 그저 궁색한 공포와 합리일 뿐이겠지.

잠에서 깨기 직전까지 꿈을 꾸었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온 몸이 으스러지는 기분이었다. 그냥 기분 뿐이다. 몸은 몇 일 전보다도 상태가 좋아서 아주 쌩쌩하다. 그저 감각만이 남아서 안그래도 늦잠을 자, 오전에 해치우고자 한 일을 못 해치웠다는 자괴감과 섞여 찜찜한 하루를 열었을 뿐이다.


몇 일 전에는 컴퓨터가 갑자기 안 켜지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시도 끝에 겨우 부팅을 시켰는데, 화면엔 온통 잡다한 노이즈가 제 멋대로 날아다니고 깜빡인다. 안전모드 외에는 진입이 불가능했다. 뜯어보니 그래픽카드의 콘덴서 두 개가 터져있었다. 아, 이런. 머리를 긁적이며 주로 거래하던 컴퓨터 부품업체에 그래픽카드를 주문했다. 일주일 전, 저녁에 갑작스레 들린 탁. 소리가 원인이었을 거다. 그리고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던 날 전원을 넣으며 들린 탁. 그렇게 두 개의 콘덴서가 멋대로 터졌다.

잡다한 일을 처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건물 사이에 끼어 있던 간판을 발견(가끔 보긴 했지만 의식적인 발견으로써의......)했다. 오랫동안 불이 꺼진채 거기에 있어, 미쳐 인식하지 못하던 옛 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015 삐삐가 곁에서 사라진지 대체 몇 해가 지난 걸까? 10년은 넘었을 텐데, 아직까지 남아있는 서울삐삐의 잔재는 '내게 삐삐를 쳐달라'고 부르짓던, 지난 직장 동료(바우)의 오래전 자작곡(이걸로 회사 오디션도 봤었다. 참 인상 깊었는데......)이 떠오른다. 지나간 시간이 다시 돌아와 겹쳐 흐르는 감각이다.

그렇게 초현실적인 하루가 마감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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