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상자

야 한 밤 에

by kaonic 2011. 5. 23.

두시 반까지는 콘티를 마구 끄적여주마! 라는 굳센 결심과 함께 머릿속에서 마구마구 스쳐가는 이미지를 엄청나게 못그리는 그림으로 엄청나게 그려대고 있는 판국에 창 밖에서 들려오는 발정난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산통을 다 깨놓는다! 누군가는 애기울음 소리 같다 했던가. 엄청나게 귀에 거슬려 백만년 만의 집중 모드가 깨져버렸다. 어쩌면 좋앙 ㅠ.ㅠ 밖으로 나가 내쫓았더니, 저 건너편 집 사이로 쑤셔들어가버렸는데, 집에 들어왔더니 다시 들려온다. 소리가 조금 멀어졌지만, 고음이 어찌나 잘 울려퍼지는지 날카롭기 그지 없구나. 그래, 너희들의 욕망에 불타는 욕정이 가득한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내 할 것은 해야 하지 않겠니? 그러고보니 한동안 이런 걸 쓰지 못했구나 싶어, 이렇게 끄적이고 있다는 전설의 야!한,밤,이 되어버렸다. 어쨌든 내일의 일과를 위해 세시엔 잠을 자야 하니, 이것도 그리 오래는 못 잡고 있어서 대충대충 싸지르고 있긴한데.

발정난 고양이덕에 간만에 잉여롭구나 하며, 한창 잉여로울 때를 생각해보니 잉여로우면 아무것도 안하는 나. 역시 바쁠 때! 이런 짓이 더욱 재미나고, 활기차게 마구마구 무언가 써내렸던 것 같은데, 오랫만에 해보니 바쁠때의 여유가 바로 잉여로운 짓이랄까. 아예 잉여로우면 사람 추욱~ 쳐져서 아무것도 못하는 것 같긴 하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요즘엔 그 바쁨도 뭔가 초월해 버려서 마음속에 안식없이 초조함만 가득하도다. 바쁘던, 잉여롭던, 마음속에 여유가 없으면 문어발놀이는 하기 힘든거였다. 혹자는 늙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그건 인정 못하겠고. 그냥 그렇다고......

무튼! 고양이들의 멋진! 신음소리 덕분에 20분간 잉여롭게 블로그들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정보] 정작 만나야할 남자들은 어디서 무얼 하느냐 이글을 보고 빵 터져버렸다. 이 분 무언가 제대로 알고 있는 여성이다. 앞의 글을 읽고 즐거운 마음에 예전에 자주가던 블로그들을 좀 둘러보았는데, 많은 분들이 변질되어 놀라웠다. 뭔가 좋은 정보와 즐거워 보이는, 혹은 도움되는 신변잡기가 올라오던 곳이 분명하였으나, 간만에 들러보니 업체 혹은 방송 리뷰전문 사이트로 대변신! 읽을 거리가 없어진 블로그가 무척 많아져서 놀라워라~ 랄까. 물론 본인들이 이런 소릴 들으면 그렇지 않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포스팅의 70% 이상이 그런 식이면 나머지 30%의 예전 모습도 별로 보고 싶어지지 않는 것이 진실이다. 결국 RSS 구독을 취소한 블로그가 열 개가 넘었다. 나도 리뷰를 좀 많이 쓰면 업체리뷰도 쓸 수 있을테고, 그럼 블로그로 예전처럼 수익이 좀 나지 않을까? 라는 막역한 생각도 좀 하긴 했지만, 여유없음으로 욕심부려선 안 돼. 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니, 이제 이 낙서도 이만 접고 잠을 자야겠소.


ps. 그러고보니 한창 잘 나갈때는 일일 방문객이 천 단위였는데 이젠 백 단위에 오르는 일도 벅차구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