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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속 출근길 이렇게 엄청난 눈을 서울 하늘아래서 맞아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친구들과의 추억을 맞춰보면 어린 시절에는 종종 눈이 이렇게 왔던 것이 분명하다. 쌓이고 또 쌓여 치우지 못한 눈들이 바닥에 눌려 삽으로 깨서 치우던 것이 생각난다. 요즘엔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뭣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한 겨울의 새하얀 서울바닥을 보는 것이 꽤 드물어졌다. 내심 아쉬어하던 차에 엄청난 폭설이 내려주시니 기쁘다고 해야 하나. 지금의 이 폭설조차 이상기후때문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그래도 좋다. 출근길이 고되고, 차들이 기어다니고, 눈을 치우느라 세금이 나가고, 집 앞 눈을 치우느라 고되겠지만 어찌되었든 즐겁다. 펑펑 내리는 눈에 휘감겨 길을 걷는 건 참 멋진 일이다. 2010. 1. 4.
눈을 가지기 위해서 그녀는 단 한 순간도 잊지 않기 위해서. 아니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그의 눈을 후벼팠다. 눈이 있던 자리의 텅빈 공간에서 노려보듯 빨간 액체가 솟구쳤다. 감각이 차단된 그는 꿈쩍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아직 파이지 않은 눈이 천정의 형광등 빛을 받아 번들거리고 있다. 의식없는 눈의 동공은 활짝 열려 있었다. 들고 있던 눈알에 이어진 신경과 근육다발이 하늘거리며 흔들린다. 핏방울이 시트로 떨어지며, 빨갛게 퍼져 나간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그의 눈알을 들여다 보았다. 반쯤 충혈된데다가 뽑아낼 때 묻은 피로 얼룩져 있는 그의 눈은 생각보다 크고, 징그러워보였다. 상상하던 동그란 구슬모양이 아니였기에 약간 실망했다. 크게 한숨을 쉬고 미리 준비해둔 생리식염수를 뿌려 눈알에 묻어있는 피를 닦아 냈다. 그.. 2007. 4. 3.
<다래끼>가 났다. 어제 저녁 이상하게 오른쪽 눈두덩부분이 욱씬거리고, 살살 간질거림을 느꼈다. 피곤해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았지만, 최근 그다지 피곤하게 무언가를 한 적은 없는 것 같았다. 나름대로 피곤했던건가 싶어 일찍 잠을 청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샤워를 하기 위해 샤워기를 들고 물을 틀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오른쪽 눈이 부어올라 마치 권투경기 직후의 눈 모양이 되어있었다. 화들짝 놀라서 이게 웬일?!이라 소리치며, 눈을 까뒤집어봤다. 특별히 뭔가 더 빨갛거나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못했다. 그저 부어만 있을 뿐이고, 부어있음을 의식한 순간부터 욱씬 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출근하기 전에 안과에 들렀다. 다래끼가 속으로 났다는 판단과 함께 이상한 연고와 안약을 발라 주고, 내일 또 오라는 말과 함께 항생제와 소화.. 2007.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