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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습작

빠알간 토끼아가씨는 어째서일까?

by kaonic 2007. 3. 27.
빠알간 토끼아가씨는 내가 남자로 보이지 않나보다.(여기서의 남자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성이란 뜻은 아니다.) 그녀는 마치 여자들끼리 주고받을 이야기를 내게 하곤한다. 그럴때마다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며, 즉각적인 반응에 곤란함을 겪는다. 그렇지만 그녀와 이야기 하는 것은 즐겁다고 볼 수 있다. 지루하지 않으며,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다지 짜증내는 기색이 없다. 그래선지 곤란한 이야기도 몇일 사이에 어느샌가 익숙해져버린것만 같다. 이런 것을 계기로 조금이라도 여자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한심한 생각을 해보았다. (여자란 남자에게 있어서 영원한 수수께끼인데 말이다. 물론 여자에게 있어서 남자란 존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들은 서로 영원히 완벽하게 이해할 길이 없어보인다.)

"라면이 너무 맛있어. 성욕이 어설프게 충족되어서 그런지 식욕이 더 땡겨. 아, 집에서 무슨 운동을 해야 살이 빠질까?"
빠알간 토끼아가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섞어서 말했다. 순간 약간의 식은 땀과 함께, 은근한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럼 언제나 욕구불만인 나는 어떻게 하라는거야? 아무나 붙잡고 자빠트려, 내 생각에 너정도라면 그런것도 가능하리라고 봐."
장난기를 숨기며 말하느라 말이 헛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치. 내 나이는 이미 그렇게 순간적인 성적만족은 관심밖이라고, 사랑이 필요하단 말이야."
그녀는 슬쩍 흘겨보고는 내 어깨를 치며 말했다. 어쩌면 정에 굶주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 그다지 친하게 지낸 적이 없다. 최근에 들어서 알수없는 계기로 조금 친해졌을 뿐이다. 그런걸 알턱이 없잖은가.

"이미 너는 사랑받고 있어. 나의 사랑이 너에게 안느껴지니?"
물론 농담이다. 쓸데없는 말장난. 우정이라는 것을 표현하기위한 말돌림이였다.

"쳇. 그런걸로는 부족하단 말야. 그만 들어가. 내일도 출근하려면 이제 쉬어야하잖아."
"알았어. 잘가."

그리곤, 빗속을 뚫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