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제목 그대로 갔다 썼다고, 표절이니 뭐니 툴툴 댈 사람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그야말로 정신없는-의지없이 생기는 여러 사건 덕분에 바빠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대개 정말로 정신이 말머리성운으로 출장을 가버리는 바람에 넋빠진 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는 책과의 거리도 멀어져서 그다지 읽지 않는, 그저 텔레비전에 푹 빠진, 말 그대로 멍하디 멍한 휴식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휴식의 멍함을 추구하게 된 것도 얼마만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평생 처음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만, 이건 이것 대로 만족스럽습니다. 어디선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렇게 멍하게 늘어져 있으면 뒤(!)진다."라던가 "돈이 떨어져 가는데 앞으로 어찌할거냐."라는 생각이 없지않지만, 그래도 지금의 늘어짐이 어느정도 만족스러운 마음이 큽니다. 그야말로 탱자탱자 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생활을 오래도록 이어나갈 재력은 없지만, 당분간의 늘어짐은 그야말로 인생의 휴식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휴식, 그거 거창한 게 아니더라구요.
참으로 관련없는 소리만 했군요. 허헛.
오멜라스를 처음 만난 것은 역시, 팬덤의 힘이 컸습니다. 오멜라스가 생성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진 못했지만, 그것을 전해 듣기는 했으니까요. 오로지 양질의 SF를 소개하기 결성된 레이블은 드물잖아요. 아니지, 메이저에선 아예 없다고 봐야했죠. 오멜라스가 그 큰 발걸음을 옮긴 것입니다. 1957년 러시아에서 발사한 스푸트니크 2호 위성에 탑승한 멍멍이 "라이카" 만큼이나 대단한 것입니다. 지구 생물 최초의 궤도권 진출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이 불쌍한 유기견은 우주에서 그렇게 생을 마감해 버렸습니다만...... ㅎㅎ
아무튼 엄청난 기대 끝에 만난 오멜라스의 첫 책은 사이버리아드 였습니다. 이 책은 무려 두 권이나 생겨버렸는데, 최초의 만남은 그야말로 양잿물도 마시게 한다는 전설의 꽁!짜! 였던 겁니다. 물론 이벤트로써 받은 것이지요. 누가 그냥 주겠습니까. 판타스틱에 소개된 단편에 대한 서평을 쓰는 자에게 양잿물을 하사한다는 행사에 입각해서 스스로의 노력으로 얻어냈다고 자부합니다.
사람 마음이 참 조급한 것이 당첨된 책을 손에 받아들기 전에 이미 부들부들 떨리는 눈이 사이버리아드의 페이지를 훑고 싶어 안달이 났지 뭡니까. 결국, 증정본이 배송되기 전에 벌써 사이버리아드를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권이 되었었죠. 아무튼! 이후 솔라리스를 자나 시리우스를 지나 이상한 존을 지나 과학소설 창작백과로 도달했습니다. 곧이어 나올 스타메이커를 기대하는 중이지요.
오멜라스가 부디 좋은 책을 잘 만들어서 많이 팔고 최소한 반세기 이상 살아남길 기대합니다. 이런 마음은 행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죠. 부디 좋은 책 잘 만들어서 많이 팔고 최소한 반세기 이상 총서가 유지되길 기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적의 책은 투니즘님이 생을 다하는 그 날까지 손 놓지 말았으면 좋겠군요. 물론 직접 출판시장에 뛰어들고픈 마음도 있지만, 겁나서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오멜라스의 책을 모두 읽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슬프게도 제겐 바쁜 와중에 쌓아두고 못 읽은 책이 너무 많이 밀려 있었던 겁니다. 결국 아직 시리우스와 이상한 존은 손도 못 대봤습니다. 책을 손에 넣고 몇 페이지만 훑어본 그야말로 서점에 진열된 책보다도 더 깨끗한 새책의 상태로 뉘여 있는 셈이죠. 과학소설 창작백과의 경우는 이미 이전에 나온 걸로 읽었기에 느긋하게 읽기로 마음먹고 있습니다. 요즘엔 그녀의 권유로 천명관의 고래를 읽고 있는데 정신이 알딸딸해지는 현대신화적 이야기에 슬금슬금 넋이 좀먹혀가는 중입니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문체가 독특하며, 놀랍고도 낯선 흡입력을 발휘하더군요.
이렇게 엉뚱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엉뚱한 이야기로 끝맺는 오멜라스 책에 대한 이야기 였습니다. 물론 책장의 오멜라스는 무척 안녕합니다. 너무 안녕해서 손좀 대주길 바라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어찌되었든 안녕합니다.
덧.
집에 오멜라스의 책이 있으신 분들은 모두 이 이벤트에 참여가 가능합니다. 경쟁이벤트가 아닌 비경쟁이벤트로써 사진찍어서 올리고 글을 조금 쓰기만 하면, 누구나 신간 스타메이커를 꽁짜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런 기회가 흔한 것이 아니니 많이 참여했음 좋겠습니다. 오멜라스로선 증정본을 좀 뿌려야하니 손해겠지만, 저변의 확대에 있어선 매우 좋은 효과가 날듯 합니다.
'도서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책읽기 애독자 이벤트 (0) | 2008.12.26 |
---|---|
세계 속의 나 그리고 상실 - 태엽 감는 새 (6) | 2008.07.25 |
PiFan 2008 - 장르문학 북페어에 다녀오다. (2) | 2008.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