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먹을것에 목숨을 건다. 먹을 것만 내놓는다면 목숨이라도 내줄 녀석이다.
이미 두마리의 개가 길러지고 있던 와중 태어난지 한달도 안된 새끼로써 우리집에 왔다.(원래 이녀석을 입양한 아가씨가 있었는데 직장인인지라 그녀의 어머니에게 이 개의 보살핌이 전담되었었다. 그 분 아마 개를 별로 안좋아했나보다. 일주일 정도 고민하다가 우리 어머니께 데러갈 수 없냐고 물으셨단다. 우리 어머니 이미 두마리에 시달리고 계신데도 불구하게 거두어 오셨다.
이후 그 입양한 아가씨는 일주일정도 투정부리며 폐인생활을 했다는 후일담이 들려왔다. 여기에는 동생의 영향도 컸다. 이미 두마리를 기르고 있었지만, 한 녀석은 멋지게 생기긴 했지만, 제멋대로의 애교빵점에 가까운 왕자님이고, 한 녀석은 애교 만점이지만, 온갖 잡종으로 못생겼다. 내가 보기엔 나름대로 귀엽고 핸섬해 보이지만 어쨌든. 예쁜 것을 밝히는 여동생, 얘기를 전해 듣자 데려오자고 성화였다.)
다른 두 형님견공들은 나름대로 양보도 잘 해주고, 털도 다듬어 주고, 눈꼽도 떼어주고, 발도 닦아주고, 이녀석 잘 보살핌 받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게 해주는데, 이녀석은 왜그리 먹을 것을 탐하게 된 것일까? 원래 이녀석의 종자가 먹을 것에 약한 것일까? 이 녀석 잉글리쉬 코카스페니얼 이라고 언뜻 듣긴 했는데, 다른 녀석들과 생김이 좀 다르다. 다른 녀석들은 성견이 되면, 머리에 마치 닭벼슬 처럼 연한 갈색의 빳빳해 보이는 털이 난다. 그리고 눈썹에도 비슷한 털이 나있어서 웬지 좀 안귀엽다.
이 녀석은 다 컸는데도 불구하고 뚜렷한 변화가 하나도 없다. 다만, 새끼때보다 몸체가 커지고 몸매가 성견스러워졌을 뿐이다. 아. 뭘까? 뭘까? 동물병원에 가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 한가득이다. 다음 예방 접종 때 확실히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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