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기는 것들

요즘 보는 미국 드라마들에 대한 잡념

by kaonic 2007. 4. 6.
연속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10화 이상의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연결된 작품의 경우 다소 늘어진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커다란 이야기의 줄기 안에서 그 줄기의 진행을 전진시켜나가며 에피소드 단위로 하나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방식은 미국 드라마나 일본 드라마에서 주로 사용된다. 한국 드라마의 경우는 다음 편의 시청을 유도하기 위해 절대로 마무리 짓지 않고, 긴장감이 거의 최고조에 달해서 "그 다음은? 그래서? 뭐? 어떻게 되는거지?"라고 생각되는 순간 팟! 하고 끝내버린다. 한국 드라마의 경우, 이야기가 주욱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이 다반사인 드라마.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야기가 늘어나도 긴장감을 유지시켜주는 것 만으로도 굉장히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 연장방영되는 드라마들은 미묘한 밀고 당김의 비례를 잘 못 맞추고 흐지부지 끝을 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비단 한국 드라마만 그런 것이 아닌데, 미국 드라마의 경우도 이러한 경우는 비일비재 하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마피아 보스의 찌질한(?) 일상과 평범한 고뇌(?)를 다룬 <소프라노스(Sopranos)>가 있다. 인기를 등에 업고 시즌 6까지 방영 했는데, 그나마 한 시즌이 13화로 고정되어 있으며, 1화 단위로 이야기의 끝맺음이 확실하기 때문에 스토리 자체를 길게 늘린다고 볼 수는 없지만, 시즌을 거듭하면서 소재의 고갈과 함께 참신함의 부족으로 시즌 6에 이르러서는 추욱 쳐진 드라마가 되어버렸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재미있게 감상하던 드라마가 이런 식으로 늘어져 버릴수록 실망감은 더해지고, 어느새 이어보기를 멈추게 되곤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기가 없거나 특별한 사정으로 조기종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한국 드라마의 경우는 어떻게든 결말을 맺어주고 끝을 보지만, 미국 드라마의 경우엔 턱! 하고 갑작스럽게 끝나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작년에 극장개봉했던 영화 <세레니티(Serenity)>는 원래 <파이어 플라이(FireFly)>라는 TV 드라마였는데, 서부영화풍의 스페이스 카우보이 물이였다. 그 묘한 분위기에 사람들이 적응하지 못했던지, 제작사에서 딴지를 걸었던지, 일부 매니아층을 형성한 것을 제외하고는 형편없는 시청율을 자랑하고 조기종영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매니아층의 입소문을 타고, DVD가 발매되면서 대중적인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화 <세레니티>는 드라마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끝맺음하는 성격이 강한데, 이렇게 끝을 맺어주는 극장용 영화의 개봉은 매우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년에 방영했던 <서피스(Surface)>의 경우에는 이제 숨겨진 진실이 좀 들어나고 흥미진진한 진행이 될것 같은 시점에서 앗! 하고 끝나버렸다. 이에 팬들이 들고일어나 이야기를 끝내라는 압력을 제작사에 주고 있지만, 점점 스케일이 커지는 스토리에 제작비가 나올런지 의문. 제작사인 nbc 측에서는 Si-Fi채널로 넘겨버리려고 살살 작업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쯔나미가 몰려오고 물바다가 된 후 갑작스레 끝나버리는 <서피스(Surface)>


최근까지 즐겨보던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는 원래 <24>의 다음 시즌으로 넘어가는 간격을 매꾸려고 기획된 작품이라서 원래는 10화였던가? 아무튼 10몇화에서 끝맺을 예정이였지만, 인기를 끌다보니 두 배 가까이 분량이 늘어나고도 끝맺음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시즌2가 방영되었다.

원래 짧게 끝내려고 기획된 만큼, 탱탱한 긴장감과 함께 주인공에 몰입되도록 이야기를 구성한 것인데, 그 긴장감이 또 묘한 매력인지라, 스토리를 늘리면서도 긴장감을 넣기 위해 꽤 고생한 것 같다. 덕분에 약간 억지스런 맛도 있고, 주변 캐릭터에 대한 설정이나 묘사가 빈약한 경향도 있다.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넣은 듯한 과거 회상씬도 억지스러움을 강화시키는데 한 몫 단단히 했다.

아무튼 프리즌 브레이크는 2시즌에서 결말을 맺지 않으면, 공중에 뜬 드라마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시즌에서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었으면 했다. 하지만, 역시나 인기가 치솟은 덕분에 불행히도 2시즌에서 이야기는 점점 거대해지고, 새로운 음모가 등장해버렸다. 결국 몇가지 음모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로, 더욱 커다란 음모를 던져놓고, 올 2007년 8월 세번째 시즌이 방영될 예정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라마라는 것이 시청률에 따라 천차 만별의 광고수익을 내는 것이므로, 분량을 억지로 늘리거나, 줄이는 것에 대해 딱히 비난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이왕 밖으로 내놓은 작품 대충 끝내지 말고 잘 마무리졌으면 한다. 그 편이 오히려 2차적인, 3차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어쨌든 뭐라고 떠들어도 상업적으로 제작되는 드라마는 시청율에 얽매일 수 밖에 없으니 더 이상 뭐라 못하겠다.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은 돈을 바라고 하는 것이기에 상업적으로 좌지우지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



덧.
요즘 드라마 보는 낙으로 살아간다.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