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90

언제나 결심하고 잊혀져가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짧은 생, 그 속에서 결심의 때가 의외로 자주 온다는 것에 깜짝 놀라는 순간이 있다. 자잘한 선택이 아니다. 미래를 걸고, 목숨을 걸고 선택해야만 하는 결심의 그때는 영화보다 더 자주 있는 것 같다. 물론 과장을 좀 한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 순간 만큼은 언제나 진지하고도 진지하다. 그런 것들이 궤적을 만들고 내 삶의 선을 그어왔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 속에서 그러한 순간은 일분 일초, 나노초 단위로 찾아온다. 나만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며 그것들의 주변을 무시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선택한다면, 그건 그저 삶을 생을 혼자서 은둔하겠다는 소리밖에 안 된다. 그럼으로써 바깥에서의 영향을 항상 무시하고 싶지만 무시할 수 없다. 몇 일 전 맑고 상쾌한 아침 기운에 취해 즉흥적으로 북한산에 다녀온 일이 있다. 가볍게.. 2014. 5. 7.
배고픔 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굶주림 해가 떠오를 때 정신줄을 놓쳤다. 진행하던 일이 걱정되었는지, 눈을 뜬 시간은 겨우 한 시간 쯤 지난 8시였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생각했지만, 몸이 정신줄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몸을 일으켰을 때는 9시였다. 약속시간에 늦었고, 밤새진행하던 일도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씻고, 이를 닦고, 옷을 꿰고, 간밤에 사다둔 감귤쥬스를 한 잔 마시고도 타는 목을 부여잡고 집을 나섰다. 내리치는 햇살이 안개속에서 산란되어 온통 눈을 부시게 한다. 저 앞, 걸음인지 달음박질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자세로 하이힐이 튀어가고 있었다. 불안한 그 모습에 오만 잡상이 떠오른다. 감각은 떨어져가고, 새로운 기술에 적응할 시간이 없다. 오래전부터 순차적으로 벌어지던 일들이 각자.. 2010. 12. 18.
뭔가 새로운 바람이 필요한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다. 서서히 그리고 급작스럽게 상황은 알 수 없는 미궁에 빠져버리고, 이 공간은 어느새 한적함으로 가득차버렸다.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왕하던 것 일주일에 하나 쯤은 올리고 싶은데, 역시 마음 뿐. 환경은 어느새 수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655dd3bf87878cc9c723b94729821dc4 그 와중에 묘한 댓글 하나, 블로그 판매 문의가 있었다는 것. 이 곳의 잠재적 가치가 얼나될지 계산은 안 해 봤지만 지속적으로 양질의 컨텐츠를 채워넣던 시기를 생각해 보면, 조금만 제대로 하면 용돈 까지는 아니라도 담배값정도와 한달에 한 번정도 맛있는 음식을 사먹을 정도는 나오는 수준이다. 그것도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초기엔 용돈 정도까지도 가능했.. 2010. 7. 9.
폭설 속 출근길 이렇게 엄청난 눈을 서울 하늘아래서 맞아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친구들과의 추억을 맞춰보면 어린 시절에는 종종 눈이 이렇게 왔던 것이 분명하다. 쌓이고 또 쌓여 치우지 못한 눈들이 바닥에 눌려 삽으로 깨서 치우던 것이 생각난다. 요즘엔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뭣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한 겨울의 새하얀 서울바닥을 보는 것이 꽤 드물어졌다. 내심 아쉬어하던 차에 엄청난 폭설이 내려주시니 기쁘다고 해야 하나. 지금의 이 폭설조차 이상기후때문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그래도 좋다. 출근길이 고되고, 차들이 기어다니고, 눈을 치우느라 세금이 나가고, 집 앞 눈을 치우느라 고되겠지만 어찌되었든 즐겁다. 펑펑 내리는 눈에 휘감겨 길을 걷는 건 참 멋진 일이다. 2010.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