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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고 흘러간다.

by kaonic 2008.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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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어떻게 지나온 건지 아득한 느낌에 숨을 고르게 되는 건, 그만큼 뒤돌아 보는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시간은 흘러가고, 그 시간은 쌓여온 무게만큼 무언가를 남기기도 하고, 헛되이 흘려버리기도 한다. 새해가 다가오고, 시작되면 언제나 리셋하는 기분이 고개를 들지만, 무엇하나 확실히 변화해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느낌은 가지지 못한다. 지속적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또 하나의 단위 속에 너무나 많은 의미가 담긴건 아닐까. 지나온 시간 예기치 못한 행복과 예기치 못한 불행을 겪으며 삶을 살아온 것이 분명한데 돌아보면, 불행했던 일들이 더 뇌리에 잡혀 있는 것은 아무래도 고통의 기억이 더욱 오래 남아서겠지. 그렇지만, 어떻게든 즐거운 기억을 더욱 오래 남기고 싶어 한다. 머릿속에선 불행을 기억하려 하고, 마음에선 기쁨을 기억하려 하니 이 얼마나 애매한 노릇인가. 언젠가 나이가 들면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흘러간다는 말을 들었다. 항상 느리게 흘러가던 시간에 불만을 가진 당시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으나, 이젠 좀 알 것도 같다. 얼마되지 않은 인생이지만 살아온 무게만큼 닳고 닳아서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무감각해진다. 과거의 경험과 비슷한 것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고정된 관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디테일을 잃어버리고 그만큼 경험의 시간을 잃게 되는 건 아닐런지. 그리하여 흘러가는 시간이 빨라지는 것이리라. 나이가 들고 머리가 굳는 다는 것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고 어렴풋이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새해가 밝아오면 이번 해엔 무언가 새로운 사건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설레임이 들곤 한다. 조심스럽게 지키지 못했던 다짐을 되뇌어보기도 하고, 새롭게 성취할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시작부터 살짝 꼬이긴 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사람을 대하는 법도 능숙해져야 할테고, 자신을 관리하는 법도 능숙해져야 할테고, 쓸모없는 자격지심도 없애야 할테고, 언제나 생각만 하는 문제들도 실현시켜야 할테지. 결혼(현실로 만들기 위해 지나갈 관문들이 너무나 걱정되긴 하지만)도 해야 할테고. 더이상 게으름을 피우며 설렁설렁 넘어가는 시간들이 없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지금 일 안하고 이렇게 글이나 끄적이며 게으름 피우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런지.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몸은 하나 뿐. 시간도 한정되어 있으니 관리가 필요할텐데, 시간 관리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니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모든 것을 새롭고 신선하게 받아들여 단단하게 굳어버린 돌덩이가 아닌 유연하고 탱탱한, 고무 같은 머리가 되면 좋겠다. 그 무엇보다 바라는 건 돈.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하며, 행복을 돈으로 살 순 없다지만, 돈이 아예 없으면 행복도 없다. 어쨌든 새해 복 많이 받아챙겼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이 짧지만 지루한 글을 읽은 당신들도. 나도. 복 많이 받아아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