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모(LOMO) 이야기

2차 세계 대전 이후 소련은 구동독의 지배권을 갖게되었다. 점령체제하의 압박을 통해 당시 제나에 위치한 칼 짜이즈 사로부터 세계 최고의 광학기술을 공식적으로 얻어가게 된다. 그 기술을 이용하여 냉전 중에 레닌그라드 광학기계에서는 수 많은 소련의 군사용 광학제품과 우주개발용 광학제품, 그리고 로모를 비롯한 다양한 광학기계를 개발할 수 있었다.

냉전시대의 KGB에서는 첩보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간단하고 튼튼한 바디를 가졌으며, 플래쉬 없이 어두운 곳에서도 잘 찍혀야 하며, 최대한 단순하고 신속하게 렌즈커버를 열고 셔터만 누르면 되는 카메라가 필요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해 레닌그라드 광학기술연구소에서 이전 KGB소속이던 라디오노프 박사가 로모를 개발했다고 한다. 이 KGB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라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누구하나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담겨있는 소문일 뿐이다. 사실 조리개도 2.8로 로모의 개발 당시 야시카나 다른 카메라 회사에서 1.8 정도의 밝은 렌즈를 단 콤팩트 카메라가 출시된 상태였다. 이에 비해 로모는 어두운 렌즈를 사용하고 있기에 첩보용으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LOMO는 Leningradskoje Optiko Mechanitscheskoje Objedinienie (레닌그라드 광학기계제작조합)의 약자이며, 레닌그라드는 지금은 성페테르부르크라고 불린다.
            
이후 로모는 레닌그라드광학기계제작소에서 한 달에 약 3000개의 제품이 생산됐다. 구 소련시절에 생산된 로모는 약 45만개로 알려져 있다. 로모는 단순하게 보이지만, 약 450여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지며, 소박하고 단순한 외형은 자동화를 거치지 않고, 손으로 직접 만들기 때문이다. 한 명이 하루에 약 한 개의 완제품을 만들 수 있기에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생산이 중단되고 말았다.

1991년 5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빈에서 온 학생들이 거리의 벼룩시장에서 투박하게 생긴 기계식 카메라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것이 바로 특유의 진한 색감과 함께 주변부로 갈수록 어두워지며 뭉개지는 비네팅 현상이 특징인 로모 카메라였다. 이후 이 여행객들은 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로모가 보여주는 독특한 색감과 느낌에 사람들은 매료되어 갔고, 입소문을 타고 예상치 못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로모에 매료된 사람들은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사진을 모아 로모월을 만들기에 이른다. 한 장의 사진으로는 또렷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진한 색감과 함께, 주변부가 어둡고 흐릿한 느낌을 받아 눈살을 찌푸리던 사람들도 로모월 속에 섞여 들어간 사진을 보며 감탄하기 시작했다. 로모 카메라를 이용한 새로운 문화적 현상이 탄생한 것이다.

이에 반응한 러시아의 공장은 다시 로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점차 로모에 대한 반응이 식어갈 무렵인 1999년, 공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문을 닫게 된다. 이후 전 세계에 퍼진 로모의 재고 물품이 소진되어 갔으며, 이미 기존에 로모를 가지고 있던 로모족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게 되었다. 인터넷의 발전과 네트워크 공간의 개발로 인해 개인 웹페이지가 늘어가고, 개인미디어인 블로그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로모를 주제로한 웹페이지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로모를 원하는 사람들이 차츰 증가하며 중고거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로 국내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로모에 대한 열풍이 거세게 불어왔다. 로모 커뮤니티가 생기고, 로모 코리아가 생기고, 트랜드를 얘기하는 잡지에는 항상 로모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는 법이 없었다. 어느새 로모에 대한 이야기가 잠잠해지는 듯 싶더니 개인 블로그가 활발해지던 2004년부터 로모를 찾는 사람들이 줄지어 새로 태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2000년을 지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한 최신식 디지탈 카메라의 밝고, 또렷한 사진에 싫증이 난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현상은 국내 뿐 만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로모의 사진을 보고 감탄한 사람들이 로모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로모의 재고는 모두 소진되어 더이상 새 로모를 구할 수 없게 되었다.

로모를 계기로 독특한 느낌의 사진을 만들어주는 카메라에 매료되는 현상이 널리 퍼지자 새로운 토이카메라들이 다수 등장하게 되었다. 중형 필름을 사용하는 홀가, 어안렌즈로 물고기가 바라보는 듯한 광각의 세계를 보여주는 피쉬아이, 파노라마 풍경을 찍을 수 있는 호라이즌, 다양한 렌즈구멍을 통해 시간차를 두고 한 장의 필름에 여러 장의 컷을 담아주는 슈퍼 샘플러, 사이버 샘플러, 팝9, 옥토맷 등 수 많은 토이 카메라가 특이한 렌즈와 화각을 자랑하며 시중에 널리 퍼져있다. 이러한 카메라들은 대부분 로모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06년에 접어들어 비엔나에 본사를 둔 로모그래피 사에서는 로모를 찾는 사람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로모의 생산라인을 그대로 중국으로 옮겨가 설계를 조금 변경시킨 LOMO LC-A+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이제는 메이드인 차이나가 붙은 중국산 로모(렌즈는 러시아에서 제작)가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한정 수량만이 팔려나갈 뿐이며, 그나마도 시장에 나오는 즉시 바로 판매되버리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새 제품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에는 생산공장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1991년에 생산되었던 LC-A 데드스톡 제품이 발견되어, 로모 전문가들이 이상유무를 점검한 1991년 빈티지 모델이 소량 판매 중에 있다. 이 제품에는 마지막으로 생산되던 LC-A의 로모보이 그림은 그려져 있지 않다.

그동안 생산된 로모의 종류

             1974-1975 LOMO-130 A, 35 mm view finder
             1975-1981 LOMO-135 VS, 35 mm
             1981-1988 LOMO 135- M, 35 mm
             1983-1999 LOMO LC-A , 35 mm compact camera
             2006-       LOMO LC-A+, 35 mm compact camera,
                      설계변경사항 - 조리개조절제외, 다중노출기능 추가, 고감도 필름 사용가능, 셔터 릴리즈 사용가능

             렌즈 : Minitar 1, 32mm, F 2.8
             셔터스피드 : 1/500~?초
             조리개 : 2.8~16 (플래쉬 동조용 1/60고정), Auto 모드
             초점거리 : 0.8 ; 1.5 ; 3 ; 무한대
             바디크기 : 107 X 68 X 43.5mm
             무게 : 약 250g


사진을 뒤지다가 로모를 찍은 사진을 발견. 문득, 로모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