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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우스운 백수

by kaonic 2007.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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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로 직장인에서 벗어나고 말았다. 자의도 타의도 아닌 상황 탓으로 돌리기엔 그간 너무 안일하게 살아왔음을 뼈져리게 느꼈다. 그럼에도 지금 회사(아직 회사라고 부를 수 있다면)에 앉아 일하고 있다. 이전부터 이어진 일을 백수의 신분으로 해치우고 있는 것이다. 마무리져야 할 몇 가지의 일들과 함께 조금이나마 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5월부터 이어져온 홍보물작업은 막바지에 이르러서도 된장같은 질퍽함으로 툭툭 끊기며 냄새를 풍기고 있다.

그나마 끝을 봐야 결제를 받을 수 있기에 잠시 버틸 수 있는 돈을 마련하고자 무직 상태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퇴직금을 스스로 벌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답답할 따름이다. 어쨌든,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려면 포트폴리오도 준비해야 할테고, 사무실은 당분간 유지될테니 애매한 시간을 한 두 달 쯤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내 손으로 작성된 자료들을 취합하고 정리해서 내세울 만한 것들을 가려내야 할테고, 가려낸 것들을 구성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참 우습다. 백수가 되어서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백수가 되면 조금 여유를 가지고 쉬면서, 방바닥을 구르며 시체놀이를 하거나 여행을 다니다가 취업준비를 시작할 줄 알았다. 옹알거리며 어리광이나 피우고 헤롱대고 싶지만, 그런다고 누가 챙겨줄 것도 아니니, 이 한 몸 자세를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서글프다. 결국 돈이 문제다.

회사 문을 닫게 되니 오히려 더 바빠졌다. 뭐 이래?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