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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서늘한 꿈 속 추리의 세계 - 에도가와 란포 전(全)단편집 1

by kaonic 2008. 6. 29.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 8점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소영 옮김/두드림

사실 에도가와 란포라고 하면 의례, "에드거 엘런 포"의 이름을 따서 지은 필명을 지닌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로써 음울한 단편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게 마련이다. 그렇게 여긴 것은 그의 소설중 국내에 소개된 부분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추리물이 각광 받는 일본의 드라마에서도 그의 작품들을 드라마화하거나 인용할 때, 대부분 그의 음울한 이야기를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1권에는 총 22편의 짧은 단편이 실려 있는데, 국내에서도 소개되어 유명한 "D언덕의 살인사건"을 비롯해 이 책이 나오기 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그중 특이하고 인상깊어서 에도가와 란포의 이미지를 바꾸게 만든 계기가 되어 준 작품이 있어 소개한다.

내성적인 두 사람이 일종의 암호로 작성된 연애편지를 나누는 이야기인 "일기장"에서는 비교적 "에도가와 란포"스럽지 못한 감성적인 흐름이 담겨 있어 의외로 다가온다. 물론 반전에 이르러서 란포스럽긴 했지만 말이다. 특히, 극히 내성적인 성격의 주인공이 주판을 이용한 암호로써 사랑을 고백하는 "주판이 사랑을 말하는 이야기"에서는 그의 음울한 모습은 어디에 갔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 정도로 내성적인 이가 느끼는 고백의 두려움과 소심한 마음의 흐름이 인상깊다. 또한, 트릭 위주의 가볍고 밝은(?) 순수한 추리소설 "몽유병자의 죽음"에 이르러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란포 스스로가 붙여놓은 저자 후기를 보면, 그가 발표했던 소설들 중 이런 감성적인 부분을 파고들거나 순수한 추리 작품들은 언제나 별 호응을 받지 못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특히 "몽유병자의 죽음"에 덧붙인 후기에서는 "나의 경우 괴기적인 소설이 호평받은 것에 비하면 이런 트릭 위주의 순탐정 소설은 전혀 환영받지 못했다. 내가 괴기적인 소설을 주로 쓰게 된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다"라고 밝히고 있어, 그의 고민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을 듯 하다. 어쨌든, 란포스스로는 다양한 감성적 시도를 하려고 생각했다고 느껴지는데, 역시 당시의 독자들은 그가 전형적인 "그" 다운 음울한 추리소설을 써주기 바랬던 것 같다. 에드거 엘런 포를 따서 지은 그의 필명에서 느껴지는 포스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어쨌든, 무덥고 습해지며 깊어가는 이 여름밤.

스텐드 불빛에 의지해 어두운 주변을 가끔 둘러보며 읽기엔 그만이다.

이글루스에서 진행하는 렛츠리뷰에 당첨되서 받은 에도가와 란포 전(全)단편집은 그간 일부만 접했던, 그의 세계를 조금 더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에도가와 란포 전(全)단편집은 3권으로 구성되어 총 47편의 단편을 싣고 있는데, 1권과 2권은 본격추리, 3권은 기괴환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직까지는 1권만 출간된 상태이며, 앞으로 출간될 2,3권이 즐겁게 기다려진다.

덧, 제목 짓기 참 힘들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