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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첫 번째 외출 혹은 가르강티우스의 덫 - 스타니스와프 렘

by kaonic 2008. 6. 15.
사이버리아드사이버리아드 - 10점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송경아 옮김/오멜라스(웅진)

영화로써 더욱 익숙한 이름 <솔라리스>의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연작 단편집 <사이버리아드>가 발간된다. 그것도 장르문학을 전문으로 소개하려고 존재하는 "오멜라스"에서 출간했으니 더더욱 기대되지 않을 수 없잖은가? 그리고 발간에 앞서 월간 <판타스틱> 6월호에 단편집에 수록된 첫번째 이야기 <첫 번째 외출 혹은 가르강티우스의 덫>이 소개되었다.
 
정보를 전혀모르는 이를 위해 소개문구를 조금 변경해서 인용하자면, <사이버리아드>의 두 주인공 투루를과 클라포시우스는 로봇이며, 서로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그들은 "창조자"로써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항성과 행성을 재배치하는 등 전 우주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것이다. 이들은 평소엔 고향 별의 작업실에서 기발한 기계를 만들기도 하다 마음이 내키면 함께 우주 각지를 여행한다. <첫 번째 외출 혹은 가르강티우스의 덫>은 그들의 좌충우돌 우주여행기의 첫번째 에피소드이자 기가막힌 반전소설이다.
 
들려오던 소식, 풍문을 떠나서 새롭게 발견하는 스타니스와프 렘의 재치와 유머감각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한 밤중에 잠이 드려는 와중에 잠시 읽고 자려던 몸을 일으켜 이렇게 끄적이게 만들 정도의 재미라니 즐겁다. 즐거워.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는 무거움이 있으니, 블랙코미디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시작부터 소개문에 반전소설이라고 말을 하니 반전(反轉)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익숙한 상상력이 자리잡으며 평범한 반전(反轉)을 예상했지만, 이건 반전(反轉)에 반전(反戰)을 거듭한, 그야말로 반전 중의 반전 그 자체였다. 물론 작가의 언어영역에선 반전(反轉)과 반전(反戰)이 말장난으로 이루어질 수 없겠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이 절묘한 조화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개개인이 연결되어 서로를 공유하고, 집단적 이성을 하나의 단일한 이성으로 집단화 할 수 있다면, 과연 평화로운 세상이 펼쳐지려나?  인식의 확장 속에서 우주적으로 바라보자면 지나치게 작은 낮은 수준의 이상과 영토에 대한 분쟁은 한낱 웃기는 농담과도 같은 일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것은 공유된 이성의 집단 정신이 천재적인 사고를 하며 진정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지, 아니면 미쳐버린 천재가 되어 전쟁광이 되어버릴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어쨌든 공존을 넘어서 우주적 인식에 다다르는 공유된 집단 정신이 결과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평화로운 결말로 흐르는데, 이것은 렘 스스로가 동서 냉전을 겪으며 꿈꾸던 이상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