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왕따인 본인은 용건있는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열심히 받는다. 덕분에 보험 등을 비롯한 판촉전화에 걸려 시간을 조금 소비하기도 한다. 비슷한 번호가 많은 건지 잘못 걸려오는 전화들도 많이 받곤 하는데, 대부분은 다짜고짜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댄다. 나이든 분이나 어린아이의 경우 그런 경향이 심하다.
전화를 잘못 걸었다고 말하고 있는데도 자신의 용건을 열심히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땐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잘못 거셨는데요."라고 크게 말하면 잘못 건 상대방은 뻘쭘한지 그냥 끊어버리기도 한다. 이상하게 최근에 잘못 걸려오는 전화가 많은데, 별 소릴 다 들었다.
언니? 자기? 오빠? 형? 아저씨? 사장님? 이사님? 아줌니? 과장님? 부장님? 누구누구씨? 기타 등등 참으로 많은 호칭으로 불려봤다. 그중 아직 못 들어본 호칭을 오늘 듣고야 말았다.
"아빠!"
"아빠? 어디야?"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다짜고짜 아빠 어디냐는 물음에 당황해서 대답을 못하는 사이에 또 다시 들려오는 소리.
"어디냐니까?"
순간 장난기가 발동했다.
"응~ 니네 아빠 멀리가셨어~"
"네에?"
"어디 멀리 가셨다고요."
"네, 알았어요."
그리고 순식간에 툭 끊겼다. 아, 이런. 장난이라고, 잘못 걸었다고 말할 기회를 놓쳤다.
이 어린이는 대체 무슨 마음으로 알겠다고 말하고 끊은게냐?!
내가 더 궁금하다. 그리고 약간 걱정스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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