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들려온 그의 부고 소식은 그저 덤덤하기만 했다. 모든 유명인의 부고가 그렇듯 아티스트 한 명이 또 사라졌구나 하고 지나쳤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막연한 아쉬움이 묘하게 기억속에 자리잡아 떠오른다. 달빛요정의 부고는 그렇게 천천히 스며들었다. 춥고 배고픈 외로움의 감성에 젖은 그의 노래가 마음 한 구석에서 위로기능을 작동중이였나보다. 이제 누가, 어떤 아티스트가 또 나를 위로해 줄까 싶다. 그의 마지막 모습은 시너스에서 서유기 특별 상영을 하던 때였다. 좁은 극장에 앉아 서유기 선리기연의 상영을 기다리는 막간에 그가 나와 "주성치와 함께라면"을 외칠 때, 그의 부고를 들을 때보다 더 덤덤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귓속에 맴도는 진솔한 외침의 멜로디는 점점 커져만 갔다. 그렇게 흐르듯, 가볍게 다가와 고요하게 잔잔한 파문을 던지던 그의 새로운 외침이 이제 더이상 없으리라 생각하니 역시 섭섭하다.
그곳은 아마 따스하고, 매일매일 고기반찬 정도는 가볍게 먹을 수 있겠지요. 처절한 외침이 아닌 달콤한 행복을 속삭여도 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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