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1 이렇게 까지 소흘해지면, 나름 자포자기 하는 듯한 분위기가 되버린다. 근래들어 벌어진 일들을 생각해보면 그럴만도 하고, 추적거리는 빗방울을 아련하게 느끼며 잠들고 후두둑 내리는 빗소리 속에서 깨어났다. 멍한 눈을 부비고 머리에 물을 끼얹어 잠을 쫓았다. 타일 바닥을 따라 하수구로 흘러가는 물의 반짝임이 묘하게 관능적이다. 거대한, 아주 거대한 우산을 펼쳐들고 하늘을 온통 막아버릴 듯한 기세로 집을 나섰지만 신발 끝에서 새어들어오는 빗물이 한기를 던지며 온 몸을 움추리게 만든다. 조용한 월요일의 사무실에 들어와 홀로 가득한 공간을 음미하며 가루커피를 한 사발.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공간으로 변모한 월요일의 사무실이 좋다. 스스로, 그렇게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며 오늘 할 일을 생각해 보지만, 없다. 스스로, 만들내는 일이 가득한 이.. 2010. 3.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