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90 틈 길게 갈라진 틈사이로 보이는 창덕궁의 풍경은 아지랭이피듯 하늘거리는 것만 같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버지의 웃음과 아이의 손에 들려있는 하늘빛 풍선이 흔들리며 순간을 지나쳐간다. 틈사이로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간지르고, 햇살은 틈을 빠져나와 길게 뻣어나가고 있었다. 2007. 3. 26. 길들인다는 말은 길들인다는 말은 "관계를 맺는다"라는 뜻이야. 지금 내게 있어 너는 아직 몇 천명 중의 어린이와 조금도 다름없는 사내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나는 네가 필요치 않고 너도 내가 아쉽지 않을거야. 네게 있어 나란 몇 천 몇 만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러나 만약 우리가 서로를 길들이게 된다면 우리는 서로가 아쉬워질 거야. 너와 나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무언가가 될 게고 내 생활은 해가 돋는 것처럼 환해질 거야. 그리고 난 다른 어느 발소리와는 틀린 네 발소리를 기억하게 될거야. 다른 발소리를 들으면 굴 속으로 들어 가겠지만 네 발소리는 음악소리와 같아서 나를 굴 밖으로 불러 낼 거야. 또한 난 빵을 안 먹으니까 밀밭을 보아도 내 머리에는 아무것도 떠오르는 게 없어. 그렇지만 네가 날 길들.. 2007. 3. 23. 이전 1 ··· 20 21 22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