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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목련이 어느새 활짝 피고 저물어 가기 시작했다.

by kaonic 2007.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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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앞 사거리에 활짝 핀 목련의 꽃잎이 어느새 떨어져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으며, 우이천 가에 만개한 벚꽃은 곧 흩어질 듯 바람에 하늘거리며, 꽃잎을 하나 둘 떨어내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들고 나가 사진을 찍어보겠노라는 생각은 실천하지 못하고 목련꽃이 지고, 벚꽃이 져버릴 것만 같다. 눈처럼 떨어지는 벚꽃과 함께 여유롭게 거닐고자 하던 마음은 그 마음만으로도 벅차거늘 좀처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가슴 속에 품어 둔 계획이 다 그러하듯 계절이 오고, 시간이 흐르며, 하나. 하나. 다가오는 반복적인 일상과 계절을 즐기지도 못한 채, 그렇게 묻히고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은 온통 뿌옇기만 하고, 흐린 하늘 아래 피어있는 탐스런 목련도 흐드러진 벚꽃도 우중충하다. 고개를 숙이면 푸르게 돋아나는 잔디와 함께 지저분하게 변한 목련꽃잎이 축 쳐져 있다. 크게 숨을 들이켜 보았지만 탁한 공기가 폐부를 자극할 뿐, 상쾌한 기분은 어디에도 없었다. 기운 내려던 심호흡은 결국 한 숨으로 바뀌어 내뱉어지고 말았다. 뒤돌아 보면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 시간이 아득하기만 하다. 죽도록 싫어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이고, 연기를 빨아들여 생각에 흐릿한 연막을 씌우려 시도해 보지만, 공기 중에 흐트러지듯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만다. 검은 두루마기에 검은 중절모를 쓴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고개를 떨군채 골목을 지나간다. 쓰윽. 탁. 쓰윽. 탁. 리드미컬한 소리와 다르게 힘없어 보이는 뒷모습에 쓸쓸함이 배어 나온다. 무의식적으로 카메라를 찾지만, 손에 들려있는 것은 반쯤 타버린 담배뿐이다. 문득, 곧 봄이 지나고 장마가 오겠지...... 장마가 오면 조금 상쾌해 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