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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은행나무의 봄

by kaonic 2007. 5. 4.
눈을 감고 은행나무를 소리내어 발음해 보면 가을이 느껴진다. 노란 은행잎들이 거리를 휩쓸고, 스산한 바람이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거리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봄에는 별생각 없이 은행나무를 바라보곤 한다. 사실 은행나무라고 인식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가로수로써 그림자처럼 흐릿하게 시야의 한 구석을 차지할 따름이다. 그뿐이다. "지금 시야의 한 구석에 있는 저 나무는 은행나무다. 저 나무에는 은행이 열리지."라고 생각할리 없다. 그저 풍경의 한 요소인 것이다.

어느새 긴 겨울을 지나 깊어가는 봄과 함께 흘러가는 5월이다. 아직 더위는 찾아오지도 않았다. 길가에 서있는 은행나무는 단지 가로수일 뿐이다. 벌써부터 가을이 그리울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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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올려다본 은행나무 가지에는 은행잎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었다. 처음으로 은행나무를 보며 봄을 느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은행나무는 봄을 알리며 새로운 연둣빛 잎새를 키워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