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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재미있던 MBC 100분 토론 - 기자실 통폐합, 언론개혁인가 탄압인가

by kaonic 2007. 6. 1.
간만에 즐거운 100분 토론이다. 피곤에 쩔어서 집에 들어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컵라면 하나 먹고, 바나나 하나를 집어먹으며, 웬일로 토론 방송을 시청.

서로의 주장이 맞물리지 않고, 흐트러져 각자의 언어로, 각자의 생각만 내쏘고 있으니, 설득이고 뭐고 없다. 온갖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토론의 당연한 수순이지만, 증거자료가 오묘하다.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정부의 정책을 논의하기 위함인지라 꽤 많은 신뢰성 있는 증빙자료를 들고나왔다. 반면 조선일보 미디어 전문기자는 하필 조선일보 노보를 들고 나왔다. 내부에서 돌려보는 노보를 들고나와 증거자료라고 하는 건 웬지 안쓰러웠달까. 준비의 차이가 너무 확연하다.

여기에 심재철 의원은 시민논객의 질문에 질문받는 당사자만 대답한다는 틀을 깨고 치고 들어간다. 조선일보 미디어 전문가자의 뒤를 이어 마음대로 말을 시작한다. 막무가내다. 유행어라도 만들려는지, 무심하게 굳은 표정으로 맹탕 브리핑. 맹물 브리핑을 부르짖는다. 들고나온 자료 또한 뭔가 의심가는 출처불분명의 자료다. 맙소사! 토론을 하자는 건가. 말 싸움을 하자는 건가. 주장까지도 막무가내인지라, 듣는 중 내심 불쾌해진다. 오히려 노보를 들고나온 조선일보 미디어 전문기자가 귀여워 보일 정도라니.

정청래 의원은 좀 조용해서 불쌍해 보인다. 툭하면 말을 막히고, 말을 시작해도 금새 끊어진다. 심재철 의원,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진성호 조선일보 미디어전문기자들의 입담이 너무 강하다. 상대방의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도 않고, 무시하기 일쑤다. 결국 10분이나 늦게 방송이 끝났다. 어쨌든 100분 토론은 언제나 그렇듯, 결론이 없다. 다만 양측의 입장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얻을 수 있어 유익했달까.

그래서 결론은 100분 토론을 통해 기자실 문제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는 것. 현재 송고실이라고 쓰고 기자실이라고 읽는 장소가 조금 줄었을 뿐이며, 전부 일거에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모든 언론사에 똑같은 정부의 자료가 제공되며, 똑같은 브리핑을 받을 수 있단다. 여기서 더 알고 싶으면 발로 뛰어야 하지 않을까? 기자실이 돌아다니며 취재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빠른 소식의 전달? 한 두 시간 늦어도 상관없으니 PC방에 가서 송고해도 되잖은가. 기자실 통폐합은 정부의 취재요청 거부나 차별만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다면, 점진적으로 유익해 질 것 같다. 기자들은 이제 발로 좀 뛰어 다니고, 몸 좀 굴려야 겠다. 얼굴익히고, 친숙하게 다가가 친한 척 하며 정보를 긁어모으는 짓은 좀 비루하잖은가? 뛰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