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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것들/애니메이션

전쟁의 참혹함을 그린 반딧불의 묘

by kaonic 2007.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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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의 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이라 칭해지는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대표작품 중 하나이다.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의 명가 스튜디오 지브리를 일궈낸 인물.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도 친숙한 <빨강 머리 앤>, <알프스 소녀 하이디> 등 과거 명작동화 TV시리즈가 그의 손을 거쳐 갔다.

<반딧불의 묘>는 2006년 6월 8일에 국내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일본이 전쟁의 가해자인데도 피해자로 묘사되어있다는 이유로 개봉하지 못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반딧불의 묘>는 원래 노사카 아키유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1968년 제100회 나오키 문학상을 받은 이 소설은 국내에 <반딧불의 묘>를 표제작으로 한 단편집으로 출간된 바 있다.

수록된 작품은 대부분 전쟁 속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나가고 있지만, 일본도 피해국이라는 사상이 들어간 소설이란 점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수록된 소설 중 대표작인 <반딧불의 묘>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전쟁의 운명, 비참함 등을 추상적으로 호소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과거의 역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나 전쟁의 비참함과 그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은 항상 사람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전쟁은 평범한 일상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그 대상을 구분하지 않으며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고배시의 한 역에서 죽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는 주인공 세이타의 영혼의 독백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화(昭和) 20년(1945년) 9월 21일 밤, 나는 죽었다."

1945년 9월 21일, 한 명의 소년이 완전히 탈진한 상태로 역에 쓰러져 있다. 소년의 이름은 세이타. 그의 소지품은 어린 아이의 유골이 들어 있는, 낡고 녹슨 사탕 통이 전부였다. 세이타는 전장에 나가 있는 해군 아버지를 대신하여 심장이 좋지 않은 어머니와 4살 된 어린 누이동생 세츠코를 돌보면서 전쟁 중이지만 행복하게 살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3개월 전, 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던 B29의 공중 융단 폭격이 세이타가 사는 고베를 덮친다.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폭격이 휩쓸고 간 시내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폭격으로 인한 화재로 두 남매는 화연을 피하나 어머니가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고 결국 어머니를 잃고 만다.

집이 불타버려 갈 곳이 없는 둘은 먼 친척뻘 되는 아주머니의 집을 찾아간다. 어머니의 유품과 적금으로 끼니를 잇던 세이타와 세츠코는 점차 냉정해지는 친척아주머니의 집을 떠나 마을에서 떨어진 연못가의 방공호에서 살기로 결심한다.

친척들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새로운 집 방공호에서 세이타와 세츠코는 소꿉장난과 같은 둘만의 생활을 시작한다. 방공호 앞 연못에서 반딧불을 잡아서 어두운 방공호 안을 밝히지만, 다음날 반딧불은 모두 죽어버린다. 세츠코는 방공호 앞에 반딧불의 묘를 만들어준다.

계속되는 방공호에서의 생활은 더러운 옷과 들끓는 벼룩, 연일 계속 되는 굶주림으로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두 남매의 비참한 생활로 결국 세츠코는 영양실조에 쓰러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