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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추억속의 그리움 '나는 장난감에 탐닉한다'

by kaonic 2007.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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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이 가지는 시절의 느낌을 고스란히 수집하고, 정리하는 이가 있었으니, '나는 장난감에 탐닉한다'의 저자가 그렇다. 다 큰 어른이 장난감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런 면에서 나도 마찬가지니 할 말은 없다. 다만 분야가 다를 뿐이다.


흘러간 시절의 장난감은 그것 만으로 골동품이 되고, 상태 좋고 희귀한 것은 세월과 함께 그 가치도 상승하게 마련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어린 시절의 장난감은 남아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밖으로 뛰어다니며 슈퍼맨 놀이를 하느라 바빠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아서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없이 살던 시기였기에 장난감이라는 것을 가져본 기억도 별로 없다. 100원짜리 동전 한 개의 가치를 가지던 작디 작은 장난감 몇 개가 어렴풋이 떠오를 뿐이다.

언제부턴가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기 시작한 조잡한 프라모델이 광풍을 타고 아이들 사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프라모델의 복제품인지도 모르고, 간혹 생기는 잔돈을 모아 조금씩 사고 만드는 재미에 빠졌다. 그래봤자 조금 잘살던 친구녀석의 장난감들에 비하면 조잡하고도 조잡하기 이를데 없는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다. 플라스틱이 약해 금새 부러지고, 휘어지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친구네 아버지가 일본에서 사온 3단 분리가 되는 합금으로 만든 건담을 가지고, 수중전 놀이를 하던 기억은 묘한 질투로 남아 있다. 독수리 오형제 변신 세트는 또 어떻고. 시간이 흘러 어느정도 삶에 여유가 생기니 장난감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부끄러움과 함께 시간이 없어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없을 따름이다.

어린시절 TV에서 본 영화 "금단의 혹성"에 등장하는 '로비 더 로봇'도 책에 수록되어있는데, 사실 얼마전까지도 이 로봇은 내게 있어 추억보다는 공포로써 존재했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영화를 보며 그렇게 무서워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떠오르는 해를 구경을 하게 만든,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건 몇 년 전이다. 다시보니 이렇게 한 없이 어설픈 영화에 그런 공포를 느꼈다는 자신이 의아할 정도였다. 그 순간 각인된 공포는 녹아버리고, 로비 더 로봇의 귀여움이 자리잡았다. 그래서 책을 통해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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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모형공작"이라는 책을 기억하는가? 1977년에 초판발행되었으며, 이 책은 1980년에 나온 개정판이다.

추억 마케팅이 한창일 때, 옛날 장난감들을 구경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친구집에 놀러가서나 봤던 물건들이 즐비했고, 아기자기한 귀여움들이 눈을 현혹시키고 있었다.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을 지언정, 흘러간 것에 대한 아쉬운 그리움은 여전한지 보고 또 보면서 은근한 그리움을 즐겼다. '나는 장난감에 탐닉한다'는 그런 기억을 되살려준다. 은근한 그리움과 두근거림, 그 속에서 "그래. 이거 친구네 집에 있었어. 나도 잠깐 가지고 놀아봤지."라고 속으로 외치는 소유하지도 못했던 물건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몰려온다. 어릴 때 즐기지 못했던 그 시절 아이들의 문화를 이제와서 즐기기엔 낯뜨거운 일이지만, 저자와 같은 사람이 있기에 기억속의 그리움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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