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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것들/영화/드라마

단 한번의 스쳐간 사랑 - 원스 Once

by kaonic 2007.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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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이고 아쉬운 그와 그녀의 사랑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둘 사이의 감정 흐름인 것 같습니다. 그 흐름은 보통 둘 사이의 수다로 표현되어지고, 상황이 아쉬움을 끌어내기도 하지요. 하루종일 떠들어대는 수다보다 기억에 남는 건 교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말 속에 숨어있는 의미 속에서 감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화일 뿐이죠. 그럼으로써 대화 외적인 요소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 그와 그녀는 함께 무언가를 이루어나가거나, 여러사건에 휘말리고 계기를 통해 감정을 깨닫곤 하는 것입니다. 감정과는 별개로 평범한 공식과 배경 속에 아쉬움이 담겨 있기에 더 서글픈 것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이야기입니다. 영화 "원스"에서는 사랑의 매개로써 음악이 사용됩니다. 음악영화라고 칭해질 정도로 음악에 집중하며 둘의 이야기가 펼쳐지죠. 그리고 아쉬움을 끌어내는 배경으로 둘의 과거와 현실이 중첩됩니다.

이제부터 영화의 내용이 많이 나오게 됩니다.
내용을 미리 알고 싶지 않으면, 그만 읽어주세요.



아일랜드의 더블린 거리에서 낡은 기타를 치며 노래부르는 그를 우연히 본 그녀, 남자가 부르는 노래속에서 깊은 외로움이 담긴 아픔을 바라봅니다. 남자는 자신을 버리고 런던으로 떠나간 옛 연인을 잊지 못해 가슴아파하고 있던 겁니다. 그런 마음이 그의 노래속에 자리잡고 있었지요. 여자는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함께 고향에 두고 온 남편에게 받은 상처에 가슴아파 합니다. 두 사람에겐 깊은 외로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의 노래를 듣고 자신의 외로움을 들여다본 것 같았습니다. 팔고있던 잡지를 내밀어 보기도 하고, 팔고 있던 꽃을 내밀어 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사소하게 그녀는 그에게 접근합니다. 마치 거리에서 친구를 사귀는 듯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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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평소에 아버지가 운영하는 청소기 수리소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옛 연인이 떠나간 상처가 깊어 아버지의 품에 기대고 있다고 볼 수 있죠. 먹을 만큼 먹은 나이로 부모에게 기대고 길거리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모습이 어찌보면 무책임해 보이기도 합니다. 반면, 여자는 어린 나이에 머나먼 타국에서 자식과 어머니를 부양하고 있습니다. 더블린의 가난한 서민으로써 아버지에게 기대는 그의 모습과 가난한 이민자로써 아이와 어머니를 부양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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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 고장난 청소기의 수리를 부탁하려고 애완동물처럼 끌고 오는 여자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청소기를 너무 자연스럽게 끌고다니더군요. 그녀는 고향인 체코에서 피아노를 쳤었다고 합니다. 더블린에 와서는 아쉽게도 생계 때문에 피아노를 살 수 없어 악기상점에서 잠깐씩 치는게 고작이죠. 그를 이끌고 간 악기점에서 그녀는 피아노를 칩니다. 한 소절씩 코드와 가사를 알려주는 남자의 기타 소리를 따라가는 여자의 피아노 반주, 남자의 노래에 수줍게 뒤섞이는 그녀의 코러스를 통해 둘의 교감이 시작됩니다. 둘의 수줍은 화음은 이런 것이 바로 섹시함이라 생각될 정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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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이해해주는 그녀의 응원 덕분에 남자는 그동안 지지부진하게 묻어둔 음악작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고보니 "원스"에는 위기상황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군요.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데모CD을 만들기 위한 밴드를 구성하려고 동료를 구하는 일에서부터 연습하고 스튜디오를 빌려 녹음하는 일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지죠. 때문에 당연하다는 듯 모든 시선이 둘 사이로 집중됩니다. 음악을 통한 교감과 친구간의 만남과도 같은 데이트까지 물 흐르듯 흘러갑니다. 그렇기에 항상 그들의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와도 같은 현실이 더욱 아쉬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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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데모CD가 완성되고, 음반사를 찾기위해 런던으로 떠나려 하는 그가 그녀에게 던지는 아쉬움 속에서 현실를 깨닫게 됩니다. 머뭇거리듯 절제된 대화 속에 각자가 책임지거나 책임질 수 없는 현실이 녹아 있습니다. 때문에 서로가 책임져야할 말과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가볍게나마 불장난을 이야기하지만, 여자는 결국 남자와의 만남을 피하고 엊갈리고 말죠.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현실을 이야기하는 그들은 결국 애틋한 기억을 남기고 사랑을 흘려보냅니다. 함께하는 시간동안 사랑이라는 말은 하지 않지만, 이미 둘은 사랑을 하고 있었던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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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엇갈리고 런던으로 출발하기로 결심한 남자는 옛 연인과 전화통화를 합니다. 그리곤 복잡한 표정으로 악기상에 들어가 여자에게 피아노를 보냅니다. 옛 연인을 만나기 위해, 음반사를 찾아가기 위해, 런던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간 남자의 숙여진 고개에 떠오른 표정은 언뜻 웃음처럼 보이지만 옛 연인에 대한 생각보다는 여자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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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연인에 대한 그리움이 희미해지고 여자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남자. 고향에 두고온 무책임한 남편에 대한 감정은 이미 침몰하고 남자에게 마음이 향하는 여자.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려 하지만 그가 알아듣지 못할 언어로 사랑을 말하는 여자는 남자가 작별선물로 보내준 피아노에 기뻐하며 더블린으로 찾아온 남편과 함께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남자가 보내준 피아노를 즐겁게 치며, 남편의 키스를 받던 여자는 창 밖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먼 훗날 떠오를 Once upon a time ...... ?

"원스"는 요즘 보기드문 잔잔한 로맨스 음악영화인 것 같습니다. 영화 전체를 이끌던 음악도 좋았고, 수줍게 다가가듯 머뭇거리며 흐르는 감정의 표현도 좋았습니다. 특히, 둘 사이에 싹튼  감정이 일으키는 무책임한 충동을 극복하는 여자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에 비해 일말의 기대를 품고 여자를 기다리는 남자의 모습이 애틋하긴 했죠. 나이 많은 남자는 너무 어렸으며, 어린 여자는 너무 어른스러웠습니다. 현실에 절망하지 않은 두 사람에게 펼쳐질 희망적인 모습이 담긴 결말은 흩어진 감정이 아쉬우면서도 근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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