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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것들/영화/드라마

태왕사신기는 과연 사극인가? 특촬전대물인가?

by kaonic 2007.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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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가 웬지 왕사신기로 읽히는 건 나 뿐일까?

국내 드라마 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430억원이라는 엄청난 자금이 투입된 태왕사신기에 관심없는 척 하면서도 웬지 볼 거리가 많을 것 같기에 남모르게 살짝 기대를 품고 있었다. 계속 미뤄지는 방영일과 함께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오는 것은 워낙 많은 이목을 끌었기에 그러리라 생각하며 기다려왔다. 그리고 공개의 날이 내일 9월 11일로 다가왔다.

얼마전 부터 예고편이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보고나니 조금 의아해졌다. 김종학 사단이 이전에 제작했던 <이레자이온>과 비슷한 특촬전대물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아닌가? 예고편으론 판단할 수 없어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 몇일 후인 오늘. 드디어, 태왕사신기의 방송전 스페셜을 보게 되었다. 아니 지금 보면서 작성 중이다. 김용만이 진행을 맡아 전반적인 태왕사신기의 세계관과 이야기 구성을 소개하고 있다.

선과 악의 대립구조를 비롯해 태왕과 영웅들의 모습은 거의 전대물적인 전투를 보여준다. 그 속에서 전대물을 연상시키는 배용준의 측근으로 각각의 사신(四神) 현무·주작·청룡·백호를 상징하는 현고 역의 오광록, 수지니 역의 이지아, 처로 역의 이필립, 주무치 역의 박성웅 등이 있는데,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전대물 연기를 선보이는 것 같다. 인원수도 태왕을 포함해 5인으로 전대물의 기본 인물 구성이다.

그뿐이 아니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주요 전사들은 묘한 가면을 쓰고나와 특이한 무기를 사용하며 전대물의 악당스러움을 한껏 과시한다. 그렇다면, 특촬물 같은 판타지적인 요소만 가득 담겨 있는가? 그렇지는 않은듯 하다. 아마 스페셜이기 때문에 초반 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그렇게 보여졌을지도 모른다. 갈수록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그렇다. 맨날 싸우는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홍옥배 사랑쟁탈전이랄까. 태왕을 도울 참된 주작. 즉, 홍옥의 여인이 될 여자의 운명에 대한 고뇌도 들어있다. 주작의 운명을 타고 태어난 두 여자간의 대립이 볼만할 듯 하다.

이야기를 조금 살펴보면, 고구려 최대 권력을 지닌 귀족 연가려(박상원)는 화천회 대장로(최민수)와 손잡고 고구려의 왕이 되고자 하는 인물이다. 한차례 뜻이 좌절된 뒤엔 아들 연호개(윤태영)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갖은 음모로 담덕(배용준)을 위기에 몰아 넣는다. 연호개는 왕위를 놓고 태왕이 될 담덕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라이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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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문소리)는 화천회에 의해 부모를 잃은 뒤 연가려의 보살핌을 받고 자란다. 담덕과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숙명적인 대립 관계로 변모한다. 하지만 아이를 잉태하게 되면서 흔들리게 된다. 그러나 담덕의 마음이 다른 여인 수지니(이지아)에게 향한 것을 알고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담덕의 앞길을 막으려 한다. 기하가 낳은 아이가 훗날 장수왕이 되는 점에서 담덕과는 끊어지지 않는 운명의 장난에 놓인다. 여기에 수지니는 흑주작이 되어 세상을 암흑으로 몰아갈지도 모르는 상황. 과연 주작이 깨어나고, 담덕은 태왕이 될 것인가? 스페셜을 보고 느낀 스토리는 환웅과 광개토대왕 이야기를 바탕에 깔아둔 판타지물(혹은 무협물)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역사적인 진실과 고증은 그저 장식에 불과할 따름이고, 완벽한 가상의 이야기가 전개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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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환웅으로 등장할 때의 배용준은 이건 뭐 거의 "간달프"랄까. 보면 볼수록 웃음이 나온다. CG가 많이 들어간 합성 장면들은 어색한 부분도 조금 보여지지만, 전반적으로 이레자이온의 CG를 생각하면 될듯한 분위기다. 물론 이레자이온에 쓰인 CG에 비하면 훨씬 막대한 물량공세와 함께 기술적 발전도 이루어져 비쥬얼의 완성도가 높긴 하지만, 느낌이 묘하게 비슷하다.

어쨋든! 아직 뚜껑도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스페셜만 보고 어찌 드라마 전체를 판단할 수 있으리오. 이건 그저 스페셜을 보고 느낀 것 뿐이다. 앞으로 태왕사신기에 대한 이야기를 또 할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써 이 드라마에 대한 인상은 위와 같다. 특촬전대물스러운 부분이 웬지 마음에 들어 이 드라마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내일의 방송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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