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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것들/영화/드라마

뒤늦게 디워(D-War)를 보다. 그것도 재밋게!

by kaonic 2007.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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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바글바글 끓고 있던 뜨거운 감자같은 디워의 반응을 대충 종합해보면 괜찮다는 반응과 쓰레기라는 반응으로 극과 극이 나뉘어 있으며, 공통분모라는 것은 내용이 좀 빈약하지만, CG는 수준높더라는 것이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매우 다양한 소감이 나올 수 있음에도 웬지 감정적인 두 파벌로 나뉘어 극과 극을 치닫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

매체와 블로고스피어에서 떠들떠들 해서 결국 모든 스포일러를 가슴에 가득 안고 지난 일요일 오후에 디워를 보러갔다. 용산 CGV로 갔는데, 사람이 바글바글. 바깥날씨가 더워선지, 극장과 함께 용산의 쇼핑센터는 인산인해를 이루더라. 어쨌든, 룰루랄라 생수 한 병 사들고 입장했다. 왜? 너무 스토리가 빈약해서 재미없어 답답해지면 마시려고.

이제부터 스포일러 덩어리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르지만, 내용이 언급되지 아니할 수 없으니, 스포일러가 싫다면, - 뭐 그래봤자 디워가 스포일러가 있다고 해서 재미없어진다거나 할 정도로 짜여진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을 테지만, 소심한 걱정으로 미리 언급하는 바, 내용 미리 알고 싶지 않으면 그만 읽으시라.

디워의 스토리가 재미없다라던가, 허술하다라는 이야기는 매우 많이 떠도는 바 그 실체를 확인하자면, 정작 주인공은 누구인가? 라는 의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주인공은 제이슨 베어가 연기한 이든일까? 아니면, 아만다 브룩스가 연기한 세라일까? 모두 아니라고 본다. 디워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성격을 드러내며, 모든 인과의 중심에 서있는 것은 바로 사악한 이무기 "부라퀴"이다. 즉, 디워는 이무기를 중심으로 부라퀴의 1000년에 걸친 집념과 한을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판단하에 이제까지의 관점이 달라진다. 이든과 세라는 쫓기고 도망다니는 외의 별다른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디워에서 인간들이 서로 치고 받으며 행동하는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어설픈 토막지식으로 사태에 대응할 뿐이다. 여의주를 차지해 용이 되려는 부라퀴에게 있어 인간들의 행동은 그저 방해물이며 여의주를 얻기 위한 매개체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두려움의 대상도 아니다. 다만 저급한 문명을 이룬 생명체일 뿐이다.

이든과 세라의 역할은 주인공 부라퀴의 애간장을 녹이며 약올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행동이 모두 설명되어지고, 엮여서 개연성을 지닐 필요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그렇다. 영화는 보는 사람 마음이다. 누가 뭐라하든 자신에게 있어서 스스로 바라보는 해석이 정답이다. 그것이 진정 영화를 즐기는 자세다. 천만명이 재미있다고 떠들어도 하나의 자신이 재미없으면 그 영화는 그저 재미없는 수 많은 쓰레기 중 하나일 뿐이다. 이야기가 또 옆으로 삐져나가려 한다. 디워로 돌아가자.

마찬가지 이유로 부라퀴를 받들어 모시는 군대는 부라퀴의 지시를 받는 법이 없다. 다만 그러하리라 생각하고, 부라퀴가 용이 되기 위한 여의주를 찾아 헤멜 뿐이다. 그들에게 세상을 지배하겠다던가, 인간사를 어떻게 간섭하겠다는 의지는 눈꼽만치도 없다. 다만 그들이 모시는 이무기 부라퀴가 용이 되어 새로운 세상이 열리길 바랄 뿐이다. 스스로 의지를 가지지 않은 병정들은 그렇게 부라퀴와 아무런 상호작용없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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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의 설정자료에 나와있는 상황 설명을 따라가면 매우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리므로 가볍게 무시하기로 한다.

이제 줄거리가 정리된다. 그것도 매우 단순하게, 디워 세계의 관점에서 부라퀴는 비록 하늘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용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난 이무기다. 부라퀴는 하늘이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여간 한스럽지 않을 것이다. 결국 부라퀴는 한을 품고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용이 되려한다. 결국 500년전 조선에서 환생한 여의주를 품은 소녀를 찾아내 용이 되려 하지만, 멍청한 인간들이 사랑의 동반자살을 해버리는 바람에 실패하고 만다.

그렇다면, 하늘의 선택을 받은 이무기는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나? 그는 하늘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이 없다. 인간사에 관심도 별로 없다. 다만 여의주를 부라퀴에게 빼앗기는 것만 조금 걱정할 뿐이다. 그래서, 매우 소수만이 그를 섬기고 단 한명의 여의주를 품은 소녀를 보호할 사람만 그가 부여한 호신구를 지닐 뿐이다. 자신감에 가득차 매우 여유롭게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 그로써는 여의주가 결정화되어 구현될 시기에 딱 나타나면 그만이다. 결과적으로 여의주를 품고 하늘로 승천해 올라가면 그만인 것이다. 따라서 그의 군대를 소환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귀찮아서 500년후에 깨어나기로 하고 다시 잤다.

500년을 기다려 여의주를 품은 소녀 세라가 미국에서 환생했다. 그녀가 20살이 되어가는 시기, 부라퀴는 마음이 조급해 져서 여의주를 찾아나선다. 물론 부라퀴의 부하들도 다시 나타나 소녀를 찾는다. 부라퀴는 부하들을 신경쓰지 않으니 서로 딴 길로 찾아다닌다. 부라퀴는 소녀를 바로 쫓고, 그의 군대는 LA도시를 박살내며 무식하게 소녀를 찾는다. 오로지 여의주를 손에 넣어 승천하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한 부라퀴는 아무 생각없이 여의주를 쫓을 뿐이다. 그 와중에 보천이란 선한 이무기의 부하가 짜증나게 방해할 따름이다.

애를 좀 먹고 세라를 잡은 부라퀴의 부하들. 협동하지 않으니 애먹을 수 밖에. 아무튼 부하들은 부라퀴를 위해 재단을 마련하고 소녀의 여의주를 강제로 빼내 부라퀴에게 바치려하지만, 같이 잡아간 이든이 문제. 20살의 생일이 지난 세라의 영향으로 이녀석이 지닌 드라카니안 펜던트가 작동해 버렸다. 선한 이무기를 소환한 것이다. 느닷없이 나타난 이무기에 열받은 부라퀴 열심히도 싸운다. 겨우 이기는가 싶었더니, 짜증나게도 여의주를 지닌 소녀 세라가 여의주를 이무기에게 넘겨줘버렸다. 아뿔싸. 결국 용과의 결전을 펼쳐야 하게 되었다.

용과 악에 받친 부라퀴의 전투는 당연히 여의주를 품고 전투력이 상승한 용의 승리. 이 전투가 압권이다. 이길 수 없는 용과의 싸움을 시작한 부라퀴의 집념과 한이 제대로 보여진달까. 결국 용에게 당한 부라퀴는 목숨을 잃고 만다. 승천하려는 용 앞에 이든이 죽어가는 세라를 붙잡고 깐죽대니 불쌍하기도 해서, 용은 세라의 영혼을 잠시 이든 앞에 보여주고, 1000년만에 하늘로 승천하는 기쁨에 북받쳐 눈물 한 방울 흘려주시고 유유자적 승천해 버린다.

뭔가 무의미하게 길게 써버렸다. 에고~

단순화 시키자면, 하늘의 선택받지 못한 이무기 부라퀴가 선택받은 이무기의 여의주를 빼앗아 용이 되려고 했지만 바보같은 부하들과 인간들 덕분에 용이되지 못했다. 500년을 기다려 환생한 여의주를 차지하려고 다시 노력 하지만, 역시나 바보같은 부하들과 인간들 덕분에 애를 먹는다. 겨우 여의주를 손에 넣는가 싶었더니, 부라퀴 때문에 1000년이나 기다려버린 선한 이무기가 열받아서 쫓아오고 부라퀴에게 시달린 여의주를 품은 소녀가 선택받은 이무기에게 여의주를 넘겨줘버리고, 여의주를 품은 용과 전투에 임한 불쌍한 부라퀴는 힘의 차이로 인해 죽게된다. 전형적인 아동용 스토리로 그만이다. 90분? 그거 순식간에 지나가더라~ 끝. 동심을 가진 자네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네.

이렇게 정리하니 이무기 부라퀴의 한과 애환이 담긴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초~ 감동 스토리가 되는군. 그렇지만. 아이가 "부라퀴가 불쌍해~"라고 말하면, "부라퀴는 나쁜짓을 많이해서 벌 받은거야. 그러니 너는 착한 일을 많이 하렴."이라고 말해줘야 한다. 동조해서 "응~ 부라퀴가 불쌍해. 그렇게 엄청나게 노력했는데 용도 못 되고..."라고 말하는 당신, 부모자격 없다. ㅋㅋ

누가 개연성없다고 했나. 누가 쓸모없이 인간의 신화적 잣대를 들이대며, 너희들은 이런거 모르니까 함부로 평가하려 하지말라고 했던가. 관점을 바꾸는 것 만으로 이야기의 연결이 확실하게 앞뒤가 잘 맞아떨어지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걸~ 지극히 단순해져서 그렇지, 관점을 바꾸는 것 만으로 아무 생각없이 디워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단순 무식한 기분전환용 롤러코스터 영화에서 이 이상 바라는 것도 좀 어색하다. 다만, 거슬리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가 조금 어색하다는 점이다. 이건 감독의 역량문제일까? 아니면, 시나리오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스토리의 이해도 부족에서 오는 것일까? 연기자의 자질 문제일까? 알쏭달쏭. 모든 것이 한 박자씩 흐트러져있는 것 같다.

내용과 무관하게 재밋던 부분은 골동품상점에 부라퀴의 부하 드라칸이 철망을 가볍게 통과하는 걸 본 지나가던 할머니의 행동.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집어던진 부라퀴의 행동 및 동물원 장면에 담긴 패러디.

내용과 무관하게 실망했던 부분은 마지막의 애국감정 및 인간극장을 이용한 매우 엉뚱한 호소. 아리랑이 흐르는 것 정도야 부라퀴의 한과 절망 그리고 죽음의 애환이 담겨있으니, 한을 승화시키는 아리랑이 흘러나온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쳐도, 바로 이어지는 심형래 인간극장은 뭐냐? 이건 뭐.... 그냥 이.뭐.병.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어찌되었든 이번 디워는 논란의 여지가 꽤 많은 빈틈을 보여줬으니,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더 발전한 모습으로 더욱 더 현란한 롤러코스터 영화가 탄생해 주면 좋겠다. 아울러 미국 흥행도 성공하시라. 그래야 더 돈들여서 재밋는 오락 영화를 만들지 않겠나? 그렇죠? 심형래 감.독.님. 다음엔 인간극장 좀 자제해 주삼.

영화 자본은 헐리우드를 바라보지만, 정작 미국에서 인지도 높은 배우는 유럽의 향수를 지닌 배우다. 세계 영화시장을 상당수 장악하고 있는 그곳도 그럴진데, 진정 영화의 고향은 어디란 말인가? 심형래감독에 있어 그가 만들어내는 영화의 꿈은 헐리우드이며 그곳의 오락영화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목표겠지만, 좀 더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길게 쓸 내용은 아닌데 어쩌다보니 길어졌습니니다. Daum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