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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스페이스 오페라의 기원 - 화성의 공주

by kaonic 2008. 7. 1.
화성의 공주화성의 공주 - 10점
에드거 라이스 버로우즈 지음, 최세민 옮김/기적의책

참 이상한 일이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타잔"의 아버지 에드거 라이스 버로우즈는 그 유명세에 비해 국내에 제대로 완역된 작품이 별로 없다. 타잔의 이야기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축약본과 편집본이 난무하고 있으며, 지금 소개하는 "화성의 공주" 또한, 아동용 문고본이 출간된 바 있다. 그의 또다른 작품 "지저 세계 펠루시다" 또한 아동용 번안본으로 출간된 것이 전부다.

어쨌든,

1912년에 All Story란 잡지에 로먼 빈이라는 필명으로 처음 발표된 "화성의 공주"는 앞서 말했듯 한국에서 완역본이 출간된 적이 없다. 다만, 과거에 아동용 SF문고본으로 일본에서 아동용으로 번안해서 번역한 내용을 다시 우리말로 옮겨 출간된 바 있다. 화성의 공주 정식 출간이 이루어지기 직전, 현재에도 e-book의 형태로 아동용 화성의 공주가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출간되는 완역본은 정말 은혜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장해서 어린 시절의 꿈과 희망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랄까. 유독 장르문학에 있어 척박한 이 대지에서 우연히 얻게된 원서 한권에서 시작해 각고의 인내와 노력으로 결국 책울 출간시키고야 만 "기적의 책"의 대표의 노력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 루비박스에서 "화성의 프린세스"라는 제목으로 이 작품이 완역 출간 되었다. 갑작스레 화성의 공주가 주목받고 있다. 루비박스 측에서는 후속 작품도 계속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기적의 책에서 계속 후속 작품이 나와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화성의 공주"를 출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적의 책"이 앞으로 어찌 될런지는 "화성의 공주"가 얼마나 많이 팔려주느냐에 달려있을 듯 하다.) 

"화성의 공주"는 시작부터 고전적이다 못해 매우 전형적인 이야기 서술법을 따라가고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홈즈 시리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자주 사용하는 서술과 비슷하다. 어찌되었든 책 속으로 들어가면 이야기의 큰 줄거리만 같을 뿐 어린시절 보았던 아동용 문고판의 친절한 모습은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가 없다. 동시대의 여러 작가들이 즐겨 사용했던 주인공의 시점에서 쓰여진 글을 훗날 서술자의 지인이 공개한다는 설정을 통해 주인공인 카터 대위가 남겨둔 기록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정말 신비한 일이 벌어졌을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최초로 발표된지 거의 100년가까이 지난 작품 이기에,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다소 이해하기 어렵거나 진부한 측면이 느껴지지만, 작품 그대로를 바라봤을 때 시대를 앞선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이 작품의 주인공 카터 대위는 우연한 계기로 지구에서 화성으로 이동한다. 그는 다른 세계의 출신이며 화성에 속하지 않는 이방인인 것이다. 그리고 화성에서 마주친 녹색인과 적색인들,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고난과 역경을 헤치며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른 세계에서 이동해 옴으로써 부연적으로 생긴 강력한 힘으로 화성인들에게 절대적인, 그러나 겸손한 영향력을 끼치는 주인공의 모습은 현대에서 구상되는 문명조우를 다룬 다수의 SF 작품 속에서 제 3세계(인류)의 개입으로 인해 외계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구성에 기틀이 되어주었다. 그럼으로써 미지와의 조우에 대한 테마로써 자리잡은 게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스타트랙이나, 스타게이트 시리즈에서 다른 문명과의 접촉에서 인간종족이 행하는 대처방법에 이러한 모습들이 많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보이저 1호에 담겨진 메시지도 사랑과 우정에 기반을 둔 평화로운 외계문명과의 접촉이 목적 아니던가.

주인공 카터가 화성 종족간의 화합을 이끌어내 화성의 변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것은 우월한 힘을 사용하기보다 사랑과 우정이 바탕에 깔려 있는 따뜻한 인정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인간 관계의 선함에 대한 믿음과 함께 앞으로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고 생각된다. 화성의 동물을 길들일 때 무족건 힘으로 굴복시키는 녹색인들과 달리 인정어린 손길로 천천히 감화시켜 동물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는 부분을 보면 쉽게 인정되리라 믿는다. 과장을 좀 해보면, 그 속에는 문명적 자부심에 대한 우월감으로써 제국주의에 바탕을 둔 문화 식민주의적 속내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긴 하다. 타 문화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이 얼마나 편협한지 이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 아니던가.

사실 책 속에 수록될 지도 모르는 서평이나 해설 정도로 의뢰(?)를 받고 쓰자고 마음먹었던 글인데, 당시의 일신상 이유로 지독히 바쁜 시간이 흐르고 보니, 이미 책은 출간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이미 40여일이 지나버렸다. 의뢰 시점에선 무려 두달이 넘게 지났다. 크으~ 책 뒤에 소개되어 있는 해설에 워낙 설명이 잘 되어있고, 좋은 정보가 가득하니 그러한 정보는 거의 배제시켰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부담 없이 주관적 소개문 겸 감상문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이것저것 도와준다고 말만하고, 아무것도 도와준게 없었으니......

미안해요~ 투니즘님. 이제 시간 많아요~ ㅎㅎ

덧,
스페이스 오페라의 기원이래놓고, 그와 관련된 서술이 전무하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이 작품이 없었다면 "스타워즈"와 "스타트랙"을 비롯해 우주를 무대로한 수 많은 모험물들이 태어나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