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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멸종을 통해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한다.

by kaonic 2009. 3. 10.

멸종  서기 2013년 인류는 타임머신 개발에 성공하고 650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두 명의 고생물학자를 백악기로 보낸다. 그들을 처음 맞이한 건 줄 맞춰 행진하는 티라노사우르스 렉스의 습격! 그날 밤 하늘에는 두 개의 달이 떠오르고, 공룡의 몸집이 그토록 거대해질 수 있었던 까닭이 현재의 절반밖에 안 되는 중력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낯선 생명체와 조우하게 된 두 사람은 충격적인 대멸종의 비밀을 깨닫고 감당하기 힘든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결단의 순간까지 남은 건 87시간, 한 시대의 운명을 건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개략적인 줄거리는 이상과 같은데, 줄거리만 보면 값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페이지를 펼치고 읽어나가기 시작하면 주류 문학에 비해 읽기 쉬운 문체가 그런 느낌을 증폭한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어가다보면 저렴함은 금새 사라지고, 작가의 깊은 생각과 지식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야기 속에 공룡에 대한 묘사가 많이 등장하는데 대부분의 독자들은 공룡에 관한 지식은 학교에서 배운 것 보다 학교앞 문방구에서 팔던 작은 책자를 통해 배운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이 책을 읽는데 도움을 어느정도 주지만, 세밀한 지식이 아니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시작적으로 잘 설명되어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B급 요소를 모두 걷어내고 나면, 멸종은 근래에 보기 드문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설을 통해 흥미진진한 고전적 새로움을 지녔다. 멸종은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 외에도 수많은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생각의 확장과 지적만족감을 주고 있다. 공룡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소개된 SF 중 가장 독특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과거의 현재의 병렬세계를 오가며 하나둘 퍼즐이 맞춰져가는 구성이 감탄스럽다. 과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며, 은하계에 또 다른 생명-지성이 존재할 가능성에 대한 고찰과 주인공의 고뇌에 뜨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출간된 오멜라스의 책을 보면, 책에 대한 진지한 접근 외에도 책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편집과 포장에도 신경을 쓴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오멜라스의 책을 무척 좋아한다. 멸종도 마찬가지로 매우 많은 정성이 들어간 북아트 수준의 편집물이다. 다만 일러스트에서 약간 촌스러움이 느껴지지만, 그건 취향의 탓일런지도 모른다. 비록 양장본은 아니지만, 가지고만 있어도(당연히 읽어야겠지만!) 뿌듯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오멜라스의 정성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따스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