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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것들/영화/드라마

분홍신 - 집착과 분열에 관한...

by kaonic 2007.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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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신은 '집착과 분열에 관한 영화다.'라는 한마디로 잘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그럼에도 그 표현은 단순하지 못하다. 물론 공포영화니까 조금쯤 꼬아놓아야만 하리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차례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 그 표현은 섬뜩하다. 발목이 잘리는 섬뜩함이야. 상상만으로도 충분할 지경이다. 나름대로의 반전의 준비도 잘 짜여져 있다. 그러나 뭔가가 약하다. 이야기 구조의 연결에 문제가 있다. 관객은 두눈 번뜩 뜨고서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눈감아줄 뿐이다. 분홍신에 얽힌 과거이야기와 현재이야기의 연결고리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과거와 현실의 상황적 유사성만이 존재할 뿐이다. 시선을 끄는 주체가 되어야할 매개체인 분홍신은 투박스럽다. 눈길을 끌지 않는다는 소리다. 물론 일제시대의 디자인이니 그럴만 하다고 주장할지도 모르지만, 당시로서도 너무 평범스럽다. 단지 색상이 튈 뿐이다. 왜? 분홍신을 발견하고 집착하게 되는가를 설명하기에 부족할 따름이다. 관객을 끌어가는 흡입력있는 연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것과 더블어 소품과 배경의 미장센이 지나치게 소홀하다. 또한 과도한 아웃포커싱 처리가 답답하게 만든다. 물론 그 답답함과 더불어 공포를 끌어내는 것이 목적이였겠지만, 과도함은 소흘함만 못한 것이다. 분홍신에서 눈여겨 보게된 것은 이야기도, 공포도 아닌 김혜수의 연기였다. 이전의 생뚱맞은 연기와 다르다. 뭔가가 있어보이는 것이다. 김혜수는 확실하게 캐릭터를 이해하고 있으며,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 것이다. 김용준감독이 미장센도, 흡입성 있고 잘짜여진 스토리도, 장르에 있어 더욱 중요한 공포영화 특유의 뒤끝더러운 잔류하는 공포도 제대로 완수해내지 못했지만, 김혜수라는 배우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끌어내 확실하게 표현한 것은 칭찬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