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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것들/영화/드라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동경만경"

by kaonic 2007.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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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이야기이며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조차 다른 두개의 이야기 속에서 연관된 고리를 발견하고 이어서 생각하는 것은 정말 이상한 느낌입니다. 조제는 영화로써, 동경만경은 소설로서 전혀 다른 매체를 통해 접했습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하 조제)은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이며, 인간의 성장 드리마 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동경만경이라는 소설은 어떤 것일까요? 동경만경은 연애소설같지 않은 연애소설입니다. 끈임없이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며, 그것의 결론을 이끌어내지도 않는 기묘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소설인 것이죠. 물론 결론으로 치닫게 되면서 두 연인의 사이좋은 결말을 암시하고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 두개의 이야기에서 제가 발견한 연결고리는 감정에는 끝이 존재한다라는 겁니다. 어찌보면 제가 억지로 고리를 만들어 가져다 붙인 것이 아닌가?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느껴진단 말입니다. 뭐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모든 사랑은 언젠가 끝이난다는 겁니다.




여기서 저는 아주 좁은 시각으로 둘을 바라볼 예정입니다. 어떠한 환경이나 또다른 의미 같은 것은 별로 생각하지 않겠다는 말이죠.  

조제에서의 그는 일단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뭔가 바람둥이같은 분위기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나쁜 놈은 아니며 적당한 동정심을 가지고 있는 그런 사람이죠. 그가 조제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조제에게 칼부림을 당합니다. 왜? 그건 영화를 보면 알겠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제가 왜? 칼부림을 할 정도의 극단적 행동을 취하냐?입니다. 조제는 다리가 불편해서 혼자서는 밖을 돌아다닐 수가 없습니다. 조제의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는 그런 조제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되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합니다. 그래서 폐쇠적 환경에서 자라나야 했지요. 조제는 학교를 다닐 수도 밖을 마음대로 다닐 수도 주변 사람들의 눈에 뜨일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할머니가 주워온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책이란 얼마나 극단적입니까? 물론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이 있는 것이 분명 사실입니다만, 기본적으로 소설은 재미를 위해 읽혀지는 것이며, 잡지는 흥미를 위해 읽혀지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조제는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오죽하면 호신용으로 토카레프 권총을 가지고 싶다고 하겠습니까. 어쨌든 조제에게 칼부림 당할 뻔한 그는 할머니에게 이끌려 조제와 할머니가 사는 집으로 가게 됩니다. 거기서 밥을 얻어먹죠. 조제는 요리를 잘합니다. 하루종일 집에만 있으려니 요리만 늘었나봅니다. 어쨌든 그 맛있는 밥맛에 감동받은 그는 자주 조제를 찾아 밥을 얻어먹고 여러가지를 도와줍니다. 그리고, 감정이 커져가게 되는 것입니다. 조제는 가면이란 것이 없습니다. 거의 모든 것을 직선적으로 표현하지요. 그런 그녀도, 사랑이라는 새로운 감정에 있어서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처음으로 자주 만남을 갖게 되는 이성인 그에게 연정을 품게 되지만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 또한 자신이 조제에게 가지게 되는 연정이 동정이 아닐까 겁을 내어 다가가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계기를 통해 그는 조제를 다시 찾아가게 되고, 그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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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동경만경은 어떨까요? 동경만경에서의 그와 그녀는  가끔 만나며 사랑을 키워나가게 되는데, 그녀는 그에게 자신에 대해 거짓된 정보를 알려주고, 가짜이름으로 만남을 이어나갑니다. 뭐 언젠간 밝혀지긴 하지만. 어쨌든 그녀는 가면을 쓰고 있는 셈이죠. 또한, 그에게는 여자친구가 이미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끌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죠. 결국 그녀와 자주 만나게 되고, 기존의 여자친구와는 헤어지게 되고, 그녀와의 약간은 위태로운 만남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그와 그녀 둘다 새로운 사랑에 겁을 집어먹은 것이 그 위태로움의 원인이지요. 뭐 어쨌든 잘 되어갑니다. 일단은 연애소설의 껍데기를 뒤집어 썼으니까요.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아! 그렇구나, 조제와 동경만경 둘다 남자에겐 애인이 있었는데, 헤어지고 주인공 여자를 만나게 되는 거로구나! 그리고, 두 이야기 모두 망설임을 지니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셨다면 맞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하나의 고리가 만들어졌죠. 하지만 이건 주제는 아니고 단지 상황일 뿐이므로, 중요한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단지 수많은 연애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하나의 일상에 불과한 것입니다.  


다시 조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사랑에 빠진 그들은 동거를 하게 되고, 조제로써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둘의 사랑이 담백하게 뜨거워지듯, 둘의 사랑은 아주 담백하게 식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언젠가 끝나버리는 사랑이라는 것이죠. 또한, 억지스런 눈물과 장애인에 대한 동정심의 촉발이 없다는 것입니다. 단지 둘의 감정에 담백하게 시선을 맞추고 있습니다. 서로의 사랑을 이어나가는 과정(이러한 과정에서 제목에 등장하는 동물-호랑이, 물고기들이 그녀의 껍질을 깨는  열쇠로서 등장하게 됩니다.)에서 조제의 껍질이 깨어지고, 그녀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조제의 사랑은 그녀의 정신적 성장을 이루고, 그 사랑의 기억은 삶을 살아나가는 힘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엔딩 무렵 조제가 홀로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부엌 장면에서 저는 그녀의 삶을 느꼈습니다. 영화는 더이상 이어지지 않지만, 조제는 아마 새로운 사랑을 찾을 테고, 그 사랑이 영원하리라 생각하며 삶을 이어나가게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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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만경으로 돌아가면, 여러가지 오해와 엇갈림 속에서 다시 만난 두사람이 서로의 벽을 약간이나마 무너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서로를 이해시키지 못한 체 다시 헤어지고, 몇일 후의 만남을 기약하게 됩니다만 결국 망설임의 끝에 그 만남조차 어긋나게 됩니다. 두 사람에게 있어서 과거의 사랑했던 기억들은 성장의 원동력이 아니라 상처로 남아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이끌림에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망설이게 되었던 겁니다. 두 사람이 서로 합쳐진다 한들 언젠가는 끝날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끝나는 것이 싫으니 서로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는 것이죠.  이미 시작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두사람의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었던 것이죠. 망설임 끝에 어긋난 마지막 만남은 둘에게 더욱더 커다란 망설임의 터널을 제공하게 됩니다. 결국 그가 용기를 내어 그녀에서 연락을 하게 됩니다. 결국 둘은 새로운 용기로써 그 망설임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의 감정이 그녀에게 그녀의 감정이 그에게 전달되어 가는 것에서 이야기는 끝이납니다. 그 후 둘의 사랑이 이루어졌다라던가 하는 연애소설의 기본적인 확실한 결말은 존재하지 않지만, 어느정도 그렇게 될 것이다라는 느낌만으로 이야기가 끝이 나는 것이죠.

자. 그렇다면 조제와 동경만경의 또하나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요? 난데없이 말하겠는데 절제된 감정적표현인 것입니다. 물론 동경만경에서는 해피엔딩에 가까운 감정의 해소를 보여주지만, 조제에서는 그 감정이 갈곳을 잃어버리고, 절제된 사랑과 생활의 무덤덤한 이야기로써 아무런 해소없이 끝을 맺고 있지만... 어찌되었든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점 입니다.

동경만경의 사랑.

조제의 사랑.

이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모든 사랑은 언젠가 끝이 나는 것이며,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한걸음 더 나아가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준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뭐. 이렇게 어설프게 저의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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