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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17

간만에 홀로 찾은 북한산, 1편 - 오르다. 그간 너무 운동을 하지 않아 몸이 비리비리해지는 기분이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타고내려오는 듯 하여, 간만에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지막으로 산에 오른 것이 작년 10월이였으니, 등산을 하지 않은지 10개월이 지나갔다. 8월 11일 토요일 아침, 오랫만의 산행인지라 단단히 마음먹고 간단한 간식과 카메라, 물통 등을 배낭에 챙겼다. 문득 13년 전에 지리산을 종주하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던 일이 떠올랐다. 3박4일의 노고단으로 올라가 뱀사골을 거처 천왕봉을 지나 하산하는 코스로 지리산을 종주하기 위해 가능한 짐을 가볍게 하고, 먹을 것을 합리적으로 챙기기위해 고심하던 기억이 새삼스러웠다. 적당히 챙겨들고 등산화 끈을 질끈 동여메고 집을 나서니 시간은 8시 30분이 되어간다. 버스정류장으로 다가가 마을버스.. 2007. 8. 14.
어수선한 날씨속에 양재천은 무섭게 흐른다. 이슬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폭우가 쏟아진다. 1분도 안 되서 비가 그치고, 거센 바람이 몰아친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는 매우 어수선하고 음침한 날씨에 기분도 침잠하는 듯 하다. 물이 얼마나 불었나 싶어 카메라를 들고 양재천으로 다가갔다. 물이 많이 불어난 양재천은 매우 거세게 흐르고 있었다. 다행히도 엄청나게 불어나서 길로 넘쳐나는 정도는 아니었다. 가까이 다가간 순간 뒤로 흘러가는 기분이 들었다. 좀 과장해서 여기서 레프팅을 하면 보트가 바로 뒤집어질 것만 같았다. 그 와중에도 두루미인줄 알았더니 노랑부리백로라 불리우는 녀석이 한가롭고도 한가롭게 개천가를 거닐고 있었으니, "어쨌든, 기운내서 살아가야지."하는 마음으로 사무실로 귀환했다. 2007. 8. 9.
하늘바라기 하늘바라기라고 해서 꽃을 생각했다면 낭패. 하늘바라기 마냥 하늘만 바라본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하늘을 바라보며 비가 오길 바란다거나 하는건 절대 아니다. 지금도 충분히 칙칙한 하늘과 오전에 내린 비로 습하고, 더워서 살짝 짜증이 나니까. 사진을 찍기 전부터 하늘을 자주 바라보고 지냈다. 답답한 일이 있으면 고개를 숙이고 걷는다는 말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개를 치켜들고 다닌다. 길을 걸으면서도 시야의 반 이상을 하늘로 채운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시절부터 이미지의 절반은 하늘이 되어버렸다. 언제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것이다. 하늘은 변함없이 고개를 들 때마다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머리 위에서 하늘 특유의 항상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하늘이다. 앞으로도 자주 올리게 되겠지....... 2007. 6. 28.
금단의 사랑으로 탑 위에 갇힌 호랑이와 사자 자손을 번식할 수 없는 이종족간의 사랑은 자손만이 살 길이라는 모토로 운영되는 동물왕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결국 그들은 탑 위에 갇힌 채, 모든 동물의 본보기가 되었다. 오늘도 이렇게 슬픈 눈으로 지상을 바라보며 마음껏 뛰놀던 초원과 숲을 떠올리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 호랑양과 사자군. 2007.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