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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3

폭설 속 출근길 이렇게 엄청난 눈을 서울 하늘아래서 맞아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친구들과의 추억을 맞춰보면 어린 시절에는 종종 눈이 이렇게 왔던 것이 분명하다. 쌓이고 또 쌓여 치우지 못한 눈들이 바닥에 눌려 삽으로 깨서 치우던 것이 생각난다. 요즘엔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뭣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한 겨울의 새하얀 서울바닥을 보는 것이 꽤 드물어졌다. 내심 아쉬어하던 차에 엄청난 폭설이 내려주시니 기쁘다고 해야 하나. 지금의 이 폭설조차 이상기후때문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그래도 좋다. 출근길이 고되고, 차들이 기어다니고, 눈을 치우느라 세금이 나가고, 집 앞 눈을 치우느라 고되겠지만 어찌되었든 즐겁다. 펑펑 내리는 눈에 휘감겨 길을 걷는 건 참 멋진 일이다. 2010. 1. 4.
가끔은 쓸쓸함 홀로 돌아오는 길은 가끔 쓸쓸하지만 공허하지 않다. 가라앉는 기억과 마음 한 켠에 하나 둘 놓여진 소품들 처럼, 쓸쓸함이 애절함을 불러오고, 애절함이 온 몸을 감쌀 때 뜨끈한 온기가 스며나온다. 2009. 1. 19.
한 겨울, 길바닥에 누군가 쓰러져 있어도 관심없는 사람들 간만에 이른 퇴근을 하고, 여친님과 대학로에서 소주 몇 잔에 곱창구이를 먹고, 따뜻한 차도 한 잔 마시고, 조금 일찍 집에 들어가는 길. 따뜻하고도 좋은 기분에 마음까지 녹아서 한 없이 관대한 상태. 지하철에서 내리고 역을 나서 조금 걷다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 했다. 잠시 멈칫하며 오만 생각이 스쳐지나가는데 마침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기에 누군가 조치를 취하겠거니 싶은 마음과 응급구조대에 신고를 해야 하나,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나 고민했다. 머뭇거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스윽 다가오는 이가 있었으니, 이른바 과거에는 "도를 아십니까?"로 유명했던, 이제는 "사람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족이 붙어버렸다.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고 공부를 하고 있으면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2008.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