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한 동안 이런 저런 사건들을 겪고, 지쳐가는 정신을 달래주려, 분위기 괜찮은 곳에서 겨울 바다를 보며 유유자적하자던 그녀의 바램은 커다란 벽에 부딛혔다. 작금의 트렌드 시대에 있어서 여행이란 여유자금이 아무리 많이 있다고 해도, 가볍게 훌쩍 떠나서 괜찮은 호텔 같은 곳에 하루 쯤 묵으며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란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간만에 떠나는 짧은 기분전환 여행에서 저렴한 모텔이나 여관에서 묵기엔 아쉽다. 괜찮은 장소는 이미 한 두 달 전에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고 하니, 그녀의 말마따나 분위기 좋은 곳에서 하루 콧바람 쐬기 정말 힘들다. 이래저래 계산해보니, 여유로운 여행을 하려면 간단한 해외여행 정도에 견줄 만큼의 예산이 필요한 현실. 일본을 지나, 한국으로 다가온 여행의 트렌드와 환율의 영향으로 작은 여유로도 가볍게 다녀올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엄청난 여행상품이 쏟아지다보니, 상대적으로 국내 여행에서 조금만 더 보태면, 일본이나 중국, 홍콩 등지의 가까운 곳에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이와 함께 국내 여행에 있어서 찾아가는 장소의 중요성에 비해 숙박시설의 고급화가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괜찮은 펜션이나 민박집의 숙박비가 비례곡선을 타고 상승하게 되었다. 그리고, 근래의 트렌드에 따라 그러한 장소에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간단하게 1박 2일로 떠나는 국내 여행도 분위기를 생각하면 1~2개월 전부터 준비를 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겨울에도 이럴 진데, 돌아다니기 좋은 봄, 여름, 가을에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경쟁하듯 펜션이니, 호텔이니, 별장 등을 예약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아찔하기만 하다.
현실은 바라보는 이에게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더니,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 그저 막연히 훌쩍 떠나면 되겠거나 하던 나의 안일한 생각은 잠깐의 검색으로 완벽하게 허물어졌다. 바야흐로 여행의 시대. 트렌드란 이렇게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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