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너무나 푸르던 지난 토요일,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밝아오는 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 동안 실의에 빠져 지내던 자신을 돌아보니 한심했다. 문득, 산에 가볼까 싶은 마음에 주섬주섬 챙겨 입고 길을 나섰다.
매미의 울음과 함께 맑은 물 흐르다 고이고, 다시 흐르는 계곡을 지날 때,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등산로는 사람의 손이 닿아 계단으로 변모한 곳이 많다.
깊은 숲 한 가운데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찬란하게 흔들린다.
숲을 빠져 나오니 어느새 저 멀리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낮게 깔린 탁한 대기가 아쉽다.
어느새 정상이 다가오고, 파란 하늘 속에서 큰바위얼굴의 표정이 기분탓인지 오늘따라 험상궂게 보인다.
정상 부근에 다다르니 어디서 모인건지, 꽤 많은 등산객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정상에 다다르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휘날리는 태극기, 그리고 사람들.
세상, 내 손 안에 전부 담을 순 없겠지만, 어쨌든 힘내서 살아가야지.
하산길에 위문을 지나 용암문에 다다를 때 스페이스님과 마주쳤다. 오호라. 이런 일이!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저 탄탄하고 짧막한 몸매! 그리고 무엇보다 확실한 판타스틱 창간호 부록 티셔츠! 북한산이 아무리 좁다하여도 다채로운 등산로를 지닌 명산이거늘~! 어찌 동네 마실 나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마주치듯 딱! 마주칠 수가 있냔 말인가. 반가운 마음에 용암문 부근에서 담소를 나누다가 정상에도 못 오른 스페이스님을 이끌고 도선사 쪽으로 하산해버렸다. 그리고 허기와 갈증을 채우기위해 시원한 막걸리와 쥐포, 번데기, 그리고 소라를 추가했다. 아뿔싸! 안주가 너무 많다. 결국 막걸리 세병을 해치우고, 다시 내려오는 길에 990원이라고 쓰고 1000원을 내는 할렐루야 명물(?) 칼국수(예전엔 배추김치가 제공되었었지만 물가가 올라선지 이젠 무김치가 나오더라)를 먹고 룰루랄라~ 마을로 돌아와 여친님을 만나 셋이서 맥주와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하고, 불행한 쏠로 스페이스(애인 적극 모집중)님은 먹을걸 쥐어준 뒤 보내버리고, 둘이서 달콤한 데이트를 즐겼다는 전설이 수유리 모처에서 전해내려온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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