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온통 지진과 방사능에 대한 걱정이다. 하루종일 반복되며 늘어가는 뉴스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지각이 이동하고, 방사능 오염에 대한 걱정과 루머가 떠도는 지금의 초현실 속에서 할 말을 찾기도 어렵다. 무어라 말을 쏟아내도 그저 궁색한 공포와 합리일 뿐이겠지.
잠에서 깨기 직전까지 꿈을 꾸었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온 몸이 으스러지는 기분이었다. 그냥 기분 뿐이다. 몸은 몇 일 전보다도 상태가 좋아서 아주 쌩쌩하다. 그저 감각만이 남아서 안그래도 늦잠을 자, 오전에 해치우고자 한 일을 못 해치웠다는 자괴감과 섞여 찜찜한 하루를 열었을 뿐이다.
몇 일 전에는 컴퓨터가 갑자기 안 켜지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시도 끝에 겨우 부팅을 시켰는데, 화면엔 온통 잡다한 노이즈가 제 멋대로 날아다니고 깜빡인다. 안전모드 외에는 진입이 불가능했다. 뜯어보니 그래픽카드의 콘덴서 두 개가 터져있었다. 아, 이런. 머리를 긁적이며 주로 거래하던 컴퓨터 부품업체에 그래픽카드를 주문했다. 일주일 전, 저녁에 갑작스레 들린 탁. 소리가 원인이었을 거다. 그리고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던 날 전원을 넣으며 들린 탁. 그렇게 두 개의 콘덴서가 멋대로 터졌다.
잡다한 일을 처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건물 사이에 끼어 있던 간판을 발견(가끔 보긴 했지만 의식적인 발견으로써의......)했다. 오랫동안 불이 꺼진채 거기에 있어, 미쳐 인식하지 못하던 옛 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015 삐삐가 곁에서 사라진지 대체 몇 해가 지난 걸까? 10년은 넘었을 텐데, 아직까지 남아있는 서울삐삐의 잔재는 '내게 삐삐를 쳐달라'고 부르짓던, 지난 직장 동료(바우)의 오래전 자작곡(이걸로 회사 오디션도 봤었다. 참 인상 깊었는데......)이 떠오른다. 지나간 시간이 다시 돌아와 겹쳐 흐르는 감각이다.
그렇게 초현실적인 하루가 마감되어 간다.
'이야기 상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 한 밤 에 (0) | 2011.05.23 |
---|---|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0) | 2011.01.25 |
2011년에는 쫌...... (4) | 2011.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