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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탑골공원에서......

by kaonic 2007. 3. 30.
탑골공원에는 노인들이 많이 모여있다. 예전에 탑골공원으로 모이는 노인을 대상으로 공원으로 모이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테레비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특별한 목적없이 단지 집에서 나와서 그냥 발걸음을 옮겨 모이는 곳이 탑골공원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자신과 같이 별 생각 없이 그냥 발걸음을 옮겨 공원에 들어선 노인들이 많기 때문에 눈치 볼 필요없이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하였다. 물론 간혹 봉사단체에서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것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들의 목적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외로운 것이다. 가족과 함께 동거를 하고 있던, 홀로 외로이 생활을 꾸러나가고 있던, 노인들은 공통적으로 외롭다. 때문에 집에 갇혀서 외롭게 있거나, 노인정에서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것보다 탑골공원에 나와 산책도 하며 몸을 움직이고, 같은 노인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늙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아마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탑골공원은 몸과 정신의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것을 생각해보자면, 서울시내 어디를 가도 젊은 데이트 족으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상점가, 거리, 음식점, 주점. 어디엘 가도 노인들을 반기거나 노인을 대상으로 한 곳은 드물다. 심지어, 보통의 공원들도 마찬가지. 탑골공원은 지리적으로 종로 한복판에 조그맣게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내 어디서든 찾아오는데 어려움이 없으며, 한국 최초의 공원이기도 하며, 1919년 3월1일 탑골공원에서 조선독립선언문을 낭독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때문에 여느 공원과는 달리 엄숙한 분위기다. 그렇다고 해도, 그다지 관리가 잘 되어지는 것이 아니고, 특별히 3.1운동에 대한 강조점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애매한 엄숙함이긴 하지만. 탑골공원을 빠져나와 조금만 고개를 두리번 거리면 온갖 유흥업소와 모텔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렇기에 노인들은 탑골공원에 한정된 모임을 지속시켜나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청계천도 복원되었으니 이제는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살짝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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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하게 걸어가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늙은 몸 찍어서 뭐하게?" 라신다.
"세월이 보여서요." 라고 답하니 "맘대로 하게나. 허헛." 웃으시곤 가던 길을 가신다. 표정은 금새 무표정하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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