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기는 것들/영화/드라마

영화 "어셔 가의 몰락"과 "에드거 앨런 포"

by kaonic 2007. 4. 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셔 가의 몰락 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
로저 코먼 감독, 빈센트 프라이스 출연 / 1960년

에드거 앨런 포의 <어셔 가의 몰락>을 알고 있다면, 분명 포 특유의 분위기를 상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갱, SF, 공포, 소프트 포르노 등의 온갖 장르를 섭렵한 저예산 B급 영화의 대부 로저 코먼과 만나고 나니 도무지 포의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그의 기존 작품들과 달리 이 영화는 무려 35만 달러라는 거금이 쓰여 졌으며, 촬영기간도 이전 영화들에 비하면 두 배 가량이 길어진 15일이나 걸렸다. 어쨌든 <어셔 가의 몰락>은 그가 만든 최초의 대작 영화인 셈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포 특유의 암울한 분위기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마치 고딕에 멜로를 혼합한 느낌이다. 코먼의 독특한 분위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포의 소설을 읽으며 기대하던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이다. 포의 원작 소설이 워낙 짧아서 장편영화를 만들 정도의 이야깃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저주받은 어셔가라는 기본 뼈대를 유지한 채로, 로맨스라는 요소를 덧붙여 동떨어진 듯 한 고딕 멜로물로 각색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하지만, 특별히 알기 어려운 반전도 존재하지 않으며, 전반적으로 매우 밝은 분위기로 고딕적인 저택을 표현해 놓아서, 기대하던 암울하고 서사적인 공포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나마 고딕 특유의 느낌은 잘 살아있는 편이다.

영상은 필름의 보존과 디지털 변환이 잘 되어서 필름 스크래치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깔끔한 영상을 보여주며, 전반적으로 화려한 색상을 표현해주고 있기에 지나치게 세련된 느낌이 든다. 낡은 극장에서 흔들리는 화면으로 흥분 잘하는 고전 호러영화 팬들과 함께 봐야 제 맛일 것 같은데 말이다. 어쨌든, 이 영화가 DVD로 발매되지 않았다면 와이드스크린 버전을 보지 못했을 것을 생각하니, 지나간 시대의 분위기를 조금쯤 잃어도 상관없을 듯 싶다.

참고로 이보다 앞서 1928년에 장 엡스탱 감독이 제작한 어셔가의 몰락도 있으니 시간나면 이것도 비교 감상하면, 서로 다른 해석과 함께 짧은 이야기에 붙인 스토리의 차이를 비교해 보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DVD 발매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어둠의 세계에서 어떻게든 구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일단, 빈센트 프라이스의 어셔가의 몰락 DVD는 덤핑상태라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우울과 몽상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포의 모든 단편이 모여 있으니, 포의 서계를 느끼고자 한다면 단연, 이 책. 단 하나 유일한 포의 장편인 <아서 고든 핌의 모험>만 제외되어 있으니 우울과 몽상, 아서 고든 핌의 모험 이 두 권만 구입하면 에드거 앨런 포의 전작을 소유하게 되는 셈.

아서 고든 핌의 모험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성곤 옮김 / 황금가지

이것이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이다.  미국의 한 소년 '아서 고든 핌'이 백색의 불모지 남극으로의 항해를 통해 겪은 일을 다루고 있는데, 나름대로 끝이 존재하고 있지만 상당부분 결론지어지지 않아 미스테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에 이 책을 읽고 참을 수 없이 뒷 이야기를 상상해버린 줄 베른이 속편 <빙원의 스핑크스>를 쓰기에 이른다. 책 뒷부분에 부록으로 포함되어 있어 줄 베른이 생각한 뒷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개인 적으로 줄 베른이 쓴 뒷 이야기는 억측이 들어간 이질적인 느낌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