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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상자

불륜은 어디에나 있는 걸까

by kaonic 2007. 4. 4.
곤히 잘 자고 있던 새벽 2시. 밖에서 들려오던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가만히 귀기울여 보니, 듣기 싫은 목소리톤의 어떤 중년 여성이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간간이 말리는 듯한 목소리가 섞여 들어온다. 무슨 일인가 싶어 졸린 눈을 비비며 나가보니 집 근처 "무지개 선녀"라는 점집 앞에서 소동이 벌어진 것이었다.

점을 잘못 봐줘서 저러나 싶은 생각에 한동안 구경을 했다. 그러나 그런 나의 생각은 여지없이 깨지고 드러난 원인은 불륜이였다. 뭐랄까. 간혹 동네길을 가다 아줌마들의 수다 속에 섞여있던 그 불륜, 드라마에서 단골소재로 쓰이는 그 불륜 때문이였던 것이다. 점집의 무당과 바람난 아저씨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끝끝내 점집 안의 무당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문의 유리가 전부 깨어져 있고, 골목에 잡동사니가 굴러다닌다.

동네 아줌마, 아저씨, 처녀, 총각, 학생 들이 집 밖으로 나와 세상에서 재일 재밋는 일은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구경하고 있다. 몇몇 아줌마 아저씨는 그 불행한 아줌마를 뜯어말리고 설득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우리동네 사람들은 좀 착한 것 같다. 보통은 경찰을 불러 끌려가게 하거나 중재시키지 않던가.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와 아저씨들 탁월한 인내로 한마디, 한마디, 거들며 아줌마를 말린다. 젊은이들은 눈을 끔뻑이며 구경하기 여념이 없다. 새벽 3시 쯤 아줌마는 약간 진정한 듯 하다. 골목 사람들은 아줌마를 집으로 데려다 주기로 합의한 듯 하다. 결국. 무당과 바람난 아저씨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술이 깨버린 아줌마는 슬슬 약발이 다 된건지 기운이 빠져보인다. 결국 벽에 기대어 주저 앉고 말았다.

소음이 서서히 가라 앉고, 집으로 들어왔다.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으나 한 번 깨버린 잠은 쉽게 오지 않는 법. 한참을 뒤척이다 잠들었다.

얼마 후, 무지개 선녀는 사라지고 새로운 점쟁이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