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상자

사진과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

by kaonic 2007. 4. 4.

사진이라는 것은 오래 전 부터 마음 한 켠을 자리잡고, 사라지지 않는 앙금이 되어 있었다. 처음 사진을 시작한 것은 국민학교에 다닐 때 였다. 용돈을 모아서 산, 카메라는 장난감 처럼 생긴 미니 카메라였다. 정확한 명칭은 잘 모르겠지만, 필름이 감기는 통이 양쪽으로 있어서, 한쪽에서 나와 한쪽으로 감겨들어가는 것이 밀패되어 있고, 카메라 렌즈에 연결된 부분이 개방되어있는 그런 필름을 사용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필름은 110필름이라 불리운다. 왜 기억하지 못했을까?) 따라서 135포맷의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와는 달리 카메라의 구조가 상당히 단순하고, 필름을 되감지 않아도, 필름 노출부의 암막을 닫는 것 만으로 빛의 영향 없이 필름의 착탈이 가능했다. 재질은 전부 플라스틱. 카메라조차 플라스틱. 뷰 파인더는 플라스틱을 펼쳐서 네모난 상자를 들어내 사용하는 방식이였다. 그걸 사놓고, 필름 한 통을 찍어보고는 이후 필름 값이 없어서 포기. 중학교에 올라와서 문득 생각나 다시 잠시 사용했었다. 이후 사진에 대한 생각을 잊고 지냈다. 카메라는 실종되었으며, 어느새 사진관에서 그런 카메라에 들어가는 필름은 더이상 팔지 않게 되었다.

SLR카메라를 처음 만져본 것은 1993년이였다. 그렇다고 SLR카메라를 샀다는 건 아니고, 빌려서 썼다. 당시 동호회 차원의 사진 강좌를 한 달 정도 열심히 다녔던 기억이 있다. 노출에 대해 배웠으며, 조리개란 무엇인가에 대해 배웠으며, 구도와 분할에 대해 배웠다. 옛날 노트를 뒤적이다 보면, 당시의 기록이 조금 나오는데 나름 열심히 필기하며 배웠던 듯 하다. 5~6개월 쯤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녔으나 역시 오래가지 못하고, 필름값의 부담과 현상/인화의 부담으로 은근슬쩍 그만둔 것 같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가난한 시절에 없는 돈 쪼개서 하고 싶은 일은 대부분 시도한 것 같다.

몇 년 후 군대에 다녀왔다. 조금 지나니 이제 카메라는 디지탈의 시대로 넘어왔고 카메라 업체에서 디지탈 카메라를 하나둘 내놓기 시작했다. 별 생각없이 생활을 기록할 목적으로 2000년 겨울 캐논의 IXUS V를 구입, 잘 써먹었다. 다시 사진을 찍게 되면서, 간편하게 찍는게 좋다는 생각에 로모를 구입했으나 필름값과 인화 현상 비의 압박으로 20롤이 되기 전에 로모 사진찍기를 멈춘 것 같다. 이후 캐논의 똑딱이를 잘 써먹다가 접사가 하고 싶은 마음에 산요의 작티로 이전. 역시 똑딱똑딱. 잘 써먹었다. 그러나 역시 한계에 부딛혔다. 아무리 애를 쓰고, 아무리 보정을 해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 생겨났다. 그것은 심도의 조절. 똑딱이가 아무리 좋고, 힘써봤자 심도의 조절에 한계가 있었다. 유행따라 간다고, 그 때쯤 심도가 얕은 사진을 찍고 싶어졌으며, 덤으로 인물 사진도 찍고 싶어졌다. 결국 2004년에 큰 마음먹고 *istDs를 장만하고 말았다. (산요의 작티는 지금도 보조 카메라로 잘 쓰고 있으며, 동영상 기능은 아직도 만족하고 있다.)

이제는 렌즈의 문제. 선예도라던가 색감이라던가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는 소리에 정신이 혼미. 결국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색감은 후보정으로 내 마음대로 하면 되지"라는 결론을 내렸고, 선예도는 어짜피 대형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보정으로 확실히 좋은 선예도를 만들어내진 못하지만, 어느정도 개선은 가능하다는 판단에 헝그리 렌즈로 버티고 있다. 그래서, 주로 사용하는 렌즈는 시그마 18-200, 피닉스 50.7 아직까지는 이정도로 충분. 다만 50mm렌즈 화각의 협소함을 커버할 수 있는 24mm나 30mm 정도의 밝은 렌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중.

어쨌든 사진은 바라보는 시선과 함께 순간포착이다. 어떤 시선을 가지고, 어떤 시기를 포착하는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연출도 중요하지만, 연출로써 나타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 다음 글은 사진작가인 켄 로크웰이란 사람이 쓴 글을 누군가 번역해 둔 것이다. 상당히 공감가는 글이다. 사진은 카메라라는 기계를 다루어 표현하는 것이므로, 어느정도의 기술과 장비는 필요하지만, 기술과 장비가 결과물을 좋게할 수 없으며, 좋은 사진이란 예술적 감각과 함께 순간 포착이라는 이야기를 잘 풀어놓았다.


내용이 너무 긴 관계로 접어 놓았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